복지정책만큼 장기적인 안목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사안도 드물다. 그런데 정작 복지 예산을 짜는 재정당국 관리들을 만나 보면 좀체 일관성있는 정책 의지를 읽기 어렵다. 황당한 설명을 들을 땐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기자는 최근 기획예산처가 주최한 '2006∼2010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대국민 토론회'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기획예산처 관계자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안심들 하셔도 좋겠습니다. 사회적일자리가 많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준비중입니다. 지난해 5년 중기재정계획을 짜면서 예산 증가율을 연평균 6% 정도로 잡았는데 사회적일자리 예산은 그보다 4배 정도 높게 잡았습니다"(기획예산처 김동연 전략기획관) 나라 곳간을 책임지고 있는 기획처 관료들은 항상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부처들에 "검토해 보자"는 미온적인 대응을 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의외의 호기있는 대답이 나온 것이다. 과연 정말 그럴까. 기자는 해당과에 2005년 이후 5년간 사회적일자리 예산계획 자료를 요청했다. 그런데 웬걸. 관련 예산은 2006년에만 80% 이상 뛰게 돼 있고 2007년엔 마이너스,이후 증가율도 10%대에 불과했다. 평균은 분명히 26.3%로 전체 예산 증가율의 4배가 맞는데,증가율이 들쭉날쭉했다. 일단 2006년 예산만 급하게 늘려놓은 게 분명했다. 담당부서 실무자들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글쎄요. 지난해엔 워낙 양극화가 강조되다 보니 예산이 많이 배정됐던 것이고…. 올해는 고쳐야겠죠"라는 식이었다. 올 선거를 앞두고 일자리 예산을 급하게 많이 배정했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이를 기자가 지적하자 담당 과장의 당황스런 답이 돌아왔다. "선거라니요. 올해 무슨 선거가 있습니까." 이후 한경이 '선거에 휘둘리는 나라살림' 보도를 내보내자 기획처는 이번엔 2007년 예산이 2006년보다 적지 않게 배정됐다며 해명자료를 냈다. 처음부터 잘못 짜진 예산이다 보니 해명도 설득력이 있을 리 없다. 복지 예산을 늘리면서 선거를 의식했다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 매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박수진 경제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