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개혁하고 변화시키는 데는 이해당사자 간 갈등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급진적 개혁을 추진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KAIST 이사회는 저를 총장으로 뽑을 때 캠퍼스의 개혁을 원했지만 교수들의 불만이 생기자 개혁보다 평화와 안정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28일 KAIST 이사회로부터 계약 연장 철회를 통보받은 로버트 러플린 총장(56)은 29일 기자회견에서 이사회의 결정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것이지만 이사회가 교수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점만은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러플린 총장은 업무 추진에서 교수들과 의견이 달랐을 때 좀처럼 타협점을 찾기 힘들었고 이 과정에서 교수들로부터 독선적으로 비쳐졌을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KAIST의 개혁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대학의 제도와 규칙이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특히 KAIST와 이사회,정부와의 관계에 대한 관계 규정이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그는 이러한 법적 제도적인 문제를 빨리 고쳐야만 KAIST가 미국의 최고 이공계 대학인 MIT에 필적할 만한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KAIST가 일부 교수들의 주장처럼 연구중심 대학의 틀을 빨리 벗고 국제적으로 유명한 글로벌 대학으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이론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다음번에 부임할 KAIST 총장은 갈등이 생길 만한 개혁적인 일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장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학교인 만큼 차기 총장에게 개혁을 계속 추진하도록 권하고 싶습니다."


러플린 총장은 "이제 자신의 대학 총장 비즈니스는 끝이 나고 있다"며 "다음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러플린 총장은 오는 7월 임기가 끝나면 미국 스탠퍼드대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