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상황 부문별로 뜯어보니…수출 '빨간불'…서비스 적자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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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듯하던 거시 지표들이 일제히 기우뚱거리기 시작했다.
탄탄한 증가세를 보이던 산업 생산은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품목의 부진으로 감소세로 돌아섰고 소비재 판매액 등 내수 지표에도 생기가 사라졌다.
수출이 주춤하는 가운데 수입은 빠르게 늘어 경상 수지마저 적자를 기록했다.
선거를 앞둔 정치판에 잠깐 한눈 파는 사이 경제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는 양상이다.
< 생산 >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중 산업 생산은 한 달 전에 비해 4.4% 줄었다.
1998년 1월(-4.8%) 이후 8년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반도체(-6.4%) 자동차(-6.8%) 영상음향통신(-4.1%) 등 3대 주력 업종의 생산액이 모두 전월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면 1년 전과 비교한 증감률은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2월 산업 생산은 전년동월 대비로는 20.0%의 증가율을 기록,전달(6.4% 증가)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폭이 확대됐다.
그러나 속을 뜯어 보면 거품이 잔뜩이다.
작년 설 연휴가 2월에 있었던 반면 올해는 1월로 옮겨져 올 2월의 조업 일수(23.5일)가 작년 2월(20.9일)보다 3일가량 많았다.
'설 효과'로 인해 착시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이 같은 조업일수 차이를 상쇄할 경우 2월 산업생산 증가율(전년동월 대비)은 6.7%로 떨어져 1월(12.2%)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 소비.투자 >
민간 소비가 얼마나 활발한지를 재는 '소비재 판매액'은 한 달 전에 비해 0.2% 감소하며 2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했다.
전년동월 대비로도 1.1% 증가하는 데 그쳐 작년 1월(4.0% 감소)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부진했다.
대형 할인점 매출은 전년동월 대비 9.3% 줄어 작년 1월(-7.5%) 이후 1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반짝 살아났던 소매점 매출도 다시 마이너스로 반전됐다.
백화점 매출은 6.3% 늘긴 했지만 전달 증가율(10.0%)에는 못 미쳤다.
내수의 또 다른 한 축인 설비 투자의 움직임도 여전히 굼뜨다.
작년 연말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던 설비 투자는 2월 들어 2.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설비 투자의 선행 지표인 국내 기계 수주액이 전년동월 대비 38.6% 늘어나긴 했지만 월별로 편차가 커 큰 기대를 걸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기술지표 >
향후 경기 전환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7.3%로 전달에 비해 0.3%포인트 하락했다.
작년 1월 이후 13개월 만에 방향이 꺾인 것이다.
원화 환율이 떨어져 교역 조건이 악화된 데다 주가 조정,유가 상승 등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이 선행 지수를 끌어내린 요인이라고 통계청은 풀이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이 어떠한지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0.4로 전달에 비해 0.3포인트 낮아졌다.
동행 지수를 구성하는 항목 중 도·소매판매액 산업생산지수 건설기성액 등이 부진한 탓이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작년 11월 플러스를 기록한 이후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다 지난달 들어 흐름이 바뀌었다.
김광섭 통계청 산업동향 과장은 "경기종합지수들의 하락세가 상승 국면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추세적 하락을 나타내는 신호인지는 두세 달 정도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 경상수지 >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경상 수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국제수지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중 경상 수지는 7억6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작년 8월 이후 6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세부 항목별로는 상품수지 흑자폭이 8억600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2003년 3월(3400만달러 적자) 이후 근 3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다.
서비스 수지도 18억2000만달러의 적자를 내 작년 11월 이후 4개월째 적자폭이 확대됐다.
해외 여행과 유학·연수로 빠져나간 외화는 다소 줄었지만 특허권 등 사용료가 크게 늘었다.
정삼용 한은 국제수지 팀장은 "3~4월은 배당이 실시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상품수지 흑자가 크게 증가하지 않는 한 당분간 경상수지 적자 기조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