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영 < 건국대 교수·부동산학 >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주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에서 "재건축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을 다 환수하는 방향으로 3단계 부동산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혀 8ㆍ31 후속대책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했다. 언론에 보도된 후속대책의 주요 내용은 재건축 개발부담금 부과,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 세무조사 강화, 신도시 면적 확대, 서민 주거안정 방안 등이다. 신도시 면적 확대를 통한 인프라 투자규모 확대는 신도시의 매력도를 높여 양질의 주거대안을 제공할 것이며, 대대적인 국민임대주택 건설 투자는 주택부문에서 참여정부 최대 업적으로 손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면 시장은 장래 공급물량이 줄 것을 예상하고 결과적으로 가격이 더 올라가는 지난 몇 년간의 숨바꼭질이 되풀이될 것이 걱정이지만, 이 문제는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다. 이번 대책에서 처음 제도화되는 것이 재건축 개발부담금인데, 개발이익 환수제도 자체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1980년 전후에 이미 국토연구원을 중심으로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연구가 시작됐고, 이를 바탕으로 1989년 제도화된 토지공개념 3법 중 두 개, 즉 개발부담금제와 토지초과이득세가 개발이익 환수를 목표로 했다. 그 이후의 제도 시행, 토지초과이득세의 헌법불합치 판정, 개발부담금의 부과유예 등을 거치면서 얻어진 교훈을 되짚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개발이익 환수제도들은 양도소득세와 중복 부과되는 문제를 가진다. 개발이익이란 개발관련 인허가나 용도지역 변경 등 공적규제의 변경에 기인한 토지 가격상승을 일컫는데, 이는 자본이득의 한 특수한 형태이다. 원인불문하고 자본이득을 과세대상으로 삼는 양도소득세는 당연히 개발이익에 대해서도 과세한다. 따라서 별도의 개발이익 환수장치가 있다면 양도소득세와의 이중과세를 피하기 위한 상호 비과세, 감면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어차피 내야 할 세금의 일부를 미리 부담금으로 내는 것이므로 개발이익 환수는 양도소득세 예납의 성격을 갖는다. 둘째로, 개발이익 환수는 양도소득세를 미리 내되 미실현 상태에서 거둔다는 특징을 갖는다. 자산가치가 오르지만 수중에 돈이 없는 상태에서 개발부담금을 부과하면 일부 소유자는 자산을 팔지 않을 수 없다. 자산 처분을 강요하는 조치는 많은 국민들에게 수긍하기 어려운 요구이다. 토지초과이득세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미실현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 자체가 위헌은 아니지만 "극히 예외적인 제도로서 채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재건축이 헌법재판소의 조건에 맞는 정도의 큰 문제를 내포하는 것인지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셋째로, 개발이익 환수제도를 실제 집행하는 데는 많은 기술적 문제가 있다. 토지의 가격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기 때문에 어떤 인허가나 규제변경이 있기 전부터 오른다. 어떤 두 시점을 끊어서 개발이익을 산정할 것인가를 정하는데 자의성이 개재될 수밖에 없고, 또 실제 거래 없이 공적평가에 의존해서 계산해야 하므로 정확성을 기하기도 어렵다. 이에 비해 양도소득세는 산 가격과 판 가격을 기준으로 하므로 실거래가가 알려진다는 전제하에서는 훨씬 간단하게 과표가 계산된다. 조금 참을성을 가진다면 미실현 상태의 개발이익 환수보다는 양도소득세 부과가 더 나은 대안이다. 재건축 개발부담금도 위의 모든 문제들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덧붙여 재건축 이익을 개발이익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재건축은 단적으로 말해 땅 주인들이 이미 허용돼 있는 용적률 만큼을 찾아먹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야심차게 시작됐던 토지초과이득세가 폐지됐던 전철을 새 제도가 밟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