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시 남쪽 5번가 인근에는 호리바제작소,교세라,시마즈제작소,롬 등 내로라하는 하이테크 기업들이 몰려 있다.


일명 테크노시티(Technocity).박(薄)필름 처리장치 등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삼코(SAMCO)도 이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특정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 비결은 장인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는 '기술 1위 정신'과 '긴밀한 산학(産學)연구 활동'에서 찾을 수 있다.



◆첨단 원천기술은 대학에서 확보


박필름 처리 장치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삼코는 강유전체 나노튜브를 비롯한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서 최근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세계 반도체 및 LCD 생산메이커로부터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영업기획실 야마구치 사토루 계장은 "고유전체 게이트 절연막 연구성과는 각종 국제회의에 발표될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삼코가 그런 기술력을 쌓게 된 것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과의 공동 연구 덕이다. 이 대학과 벌써 7년째 공동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손발을 맞춰왔다.


1979년 삼코를 창업한 쓰지 다케오사무 사장은 "기술 진화가 급격한 반도체 관련 장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역량 있는 대학과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협력을 도모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인근 교토대학에서도 원천기술의 일부를 얻었다. 교토대학은 자연과학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6명 배출했을 정도로 연구개발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는 세계적인 대학이다. 쓰지 사장 본인도 물리학자 출신으로 교토대학과 나고야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고 한다.


알루미늄 박막콘덴서 업체인 니치콘은 리쓰메이칸 대학과 소재 개발을 위한 연구 과제 8개를 수행하고 있다.


◆교토형 하이테크 클러스터


산학협동이 활성화되면서 벤처 기업 육성 시스템도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1995년 교토 지역 대학들이 교토벤처비즈니스연구소를 설립,신생 벤처기업에 창업 관련 상담을 해주고 있다.


이 밖에 산업 지원을 위한 기관 단체가 교토고도기술연구소,교토산업진흥센터,대학컨소시엄 교토 등 15군데에 달한다.


교토 시모교에 있는 고도기술연구소에서 만난 시바타 마사미쓰 나노테크놀러지 프로젝트 담당 부장은 "문부성이 연구비를 대학에 지원하면 관련 연구의 우월성을 판단해서 사업화 가능성을 평가하고 교토시정부가 사업자금을 대는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판단에 들어가는 비용은 경제산업성에서 지원받는다.


최총 결정은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벤처감정위원회에서 이뤄진다.


만약 A등급을 받으면 지방은행에서 보증 없이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아벨시스템이란 벤처회사가 2000시간까지 쓸 수 있는 대나무 필라멘트를 사업화할 수 있었던 것도 성공적으로 교토대학과 공동연구를 수행한데다 나노기술 벤처심사를 통과했기 때문이라고 시바타 부장은 설명했다.


한 마디로 교토는 장인정신(다쿠미)이 빛을 볼 수 있는 기술 개발 및 사업 환경이 조성돼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교토=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