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6일 현대·기아차그룹 본사와 계열사인 글로비스,현대오토넷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했지만 향후 수사 범위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이 이날 수사 브리핑을 통해 "이번 압수 수색은 1998년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과정과는 무관하며 현대·기아차그룹에 대한 본격 수사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검찰 안팎에선 '초정밀 유도탄 수사'라고 평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영 전반에 대한 수사가 아닌데다 김재록씨가 관련된 비리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그렇다. 채 기획관은 또 "이번 수사는 '건축 관련 인·허가 청탁'에 집중될 것"이라며 "대출을 알선해주고 사례금을 챙기거나 부실기업 인수를 위해 로비를 시도하는 등 지금까지 드러난 김씨의 범죄 혐의와는 양상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압수 수색도 여느 사건과는 달랐다. 업무에 방해되지 않도록 휴일을 택해 압수수색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또 압수수색이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밤 늦게까지 진행됐지만 종전처럼 무차별적으로 각종 자료를 갖고 가는 형태가 아니라 수사 타깃이 되는 자료만 골라내다 보니 시간이 길어졌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우선 현대·기아차 그룹이 그룹의 건설 사업과 관련해 당국의 인·허가를 받기 쉽도록 김씨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 그룹이 양재동 본사 바로 옆에 짓고 있는 지하 3층~지상 21층 규모의 쌍둥이 건물 인·허가를 추진하면서 김씨에게 로비를 부탁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R&D센터인 이 건물은 적법한 인·허가 절차를 밟아 건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 시절 '금융계 마당발'로 통하던 김씨가 글로비스를 통해 수십억원의 자금을 받은 정황이 나타난 만큼 김씨와 친분 관계가 있는 경제 부처와 금융권,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