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된장 고추장과 함께 가장 한국적인 맛을 풍기는 전통음식이다. 이 모두는 발효식품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이 중에서도 김치는 우리 식탁에 매일 오르는 단골 메뉴다. 아무리 잘 차려진 밥상이라도 김치가 없으면 격식을 벗어난 것으로 생각한다. 김치의 역사는 농경생활이 정착된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해 한겨울에는 채소를 먹을 수 없게 되자,소금으로 배추를 절이게 됐다는 것이다. 채소류를 장기간 저장하기 위한 단순한 절임형태였다. 삼국지 위지동이전에는 고구려 사람들이 발효식품을 잘 만들어 먹었다는 얘기가 나오고,일본문헌에는 김치가 일본에 전달됐다는 기록도 있다. 지금의 김치모양은 임진왜란 때 고추가 들어오면서라고 한다. 때마침 소금 품귀가 일어나 방부제 역할을 하는 고추가 소금 대신 사용됐다는 것이다. 이 때부터 매운 맛이 첨가되면서 색깔이 빨갛게 됐고,젓갈 등의 양념 종류도 이전보다 많아졌다고 전해진다. 고추와 젓갈이 어우러져 발효되면서 생기는 독특한 풍미로 우리 입맛에만 익숙해 있던 김치가 영양학자들의 주목을 받더니,이제는 '세계 5대 건강음식'으로까지 발돋움했다. 미국의 권위있는 건강전문지인 '헬스'는 최근 기사에서 김치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유산균과 섬유소,비타민이 풍부하고, 암세포의 성장을 막고, 저지방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만하면 세계적인 웰빙식품으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최근 몇 년 새 김치의 맛과 종류가 다양하게 개발되면서 수출도 크게 늘고 있다. 기내음식으로 채택되는가 하면 개개인의 기호에 맞는 '맞춤김치'를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김치는 서양의 대표적인 발효식품인 요구르트나 일본의 기무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산균 수에 있어서도 월등하다.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김치는 조류독감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얘기들도 오간다. 지구촌 사람들의 손에 국산 휴대용 단말기가 쥐어지듯 세계인의 입에 김치가 길들여질 날을 기대해 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