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표류하는 분권형 공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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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면회 < 한국외대 교수 정치학 >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되는 5·31 지방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방선거에 출마를 원하는 지망생들은 '때맞춰' 준비한 자서전과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두툼한 정책자료집을 선보이는 출판기념회를 줄지어 예약해 놓고 있다.
유력 정당의 공천을 받고자 하는 입후보자들의 선거 준비 사무실 앞은 이미 수많은 화환들이 즐비하다.
무보수 명예직 지방의원이 유급직으로 전환됨으로써 지방자치체 선출직의 인기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이전에 비해 '참신한' 고학력자들이 지방선거전에 대거 뛰어든다니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자리가 매력적인 직장으로 부각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더군다나 현 제도상으로는 지방의원에 당선돼 활동할 상임위가 자신의 영리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이권을 보장해 줄 수도 있으니 지방선거에 대한 집착과 열기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와 비례해 선거사범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방선거와 관련해 현재까지 입건된 선거사범은 이미 2002년 지방선거 수준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입후보자는 공천권을 쥐고 있는 공천심사위원에 은밀하게 금품을 제공하고, 흑색선전으로 경쟁상대를 음해하려는 일이 전국적으로 다반사로 진행되고 있으며, 불법적인 방식으로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려는 입후보자들 간의 난타전은 점입가경이다.
선거과정에서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사이버공간은 난장판에 가깝다.
공격 상대는 자당과 상대 당을 구분하지 않는다.
경쟁상대를 주저앉혀야만 자신이 살 수 있다는 강박관념과 조바심이 선거정국을 지배하고 있다.
지방선거가 이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진행될 정도의 연륜에 이르렀음에도 진행되는 정황으로 보아 이번 선거 역시 이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천혁명'으로 지방정치의 새로운 발전을 도모하려 한 각 정당의 노력은 빛을 발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새롭게 도입된 분권형 공천제는 지방선거의 특성상 이미 실행됐어야 할 제도이다.
지방선거에 대한 분권적인 공천방식은 선진 정치국가에서는 이미 상식이다.
중앙당의 일방적인 지목에 의해 입후보자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단위로 심사와 결정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지방정치의 올바른 이행을 위해 필수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발을 내딛는 우리에게는 그 과정이 기대처럼 순조롭지 않다.
입후보 선정 과정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낌새를 채면 '주저없이' 몸담고 있던 정당을 떠나 다른 곳에 둥지를 틀고, 자신의 기대와 다른 선정결과에 대한 거친 항의와 불복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와 달리 각 주나 지방자치체 별로 나뉘어서 시행되는 독일의 지방선거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입후보자는 당연히 각 정당의 최하위 단위 조직체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의해 선출된다.
이는 정당법과 선거법 그리고 각 정당의 당헌당규에도 명시돼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문화상으로도 당연한 원칙으로 생활화돼 있다.
독일의 지방선거 과정은 성숙한 정당정치의 전형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제도화된 절차에 따른 공정한 경쟁과 결과에 대한 깨끗한 승복은 입후보자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이다.
당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고 전문 능력을 갖추고 있는 입후보자를 해당 지역 당원들이 자율적으로 공정하게 선출하는 데에서 불복과 거친 항의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우리에게 있어 성숙한 정당정치 문화가 단시간에 정착되길 기대하는 것은 물론 어려운 일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정치적 과제이다.
때문에 현 단계에서 혼탁한 지방선거를 제한적으로나마 순화할 수 있는 해결책을 유권자의 냉철한 정치의식에서 찾는 것이 보다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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