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 기자의 일본 리포트] (4) 한국과 대비되는 양극화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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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과 100엔숍의 사회' 일본도 10년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양극화가 깊어졌다.
명품과 초저가 상품이 동시에 잘 팔리는 세태를 풍자한 유행어가 등장할 정도로 심각하다.
루이비통의 대표 매장인 도쿄 아오야마점은 초VIP 회원에게만 전 세계적으로 몇 개밖에 발매되지 않은 명품 중의 명품을 판다.
이 점의 연간 매출은 1500억엔(약 1조245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100엔숍으로 유명한 '다이소산업'은 2400여개의 점포를 거느리고 있다.
소득양극화는 프리터족과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Employment or Training- 교육·직업훈련도 받지 않고 구직활동도 포기한 실업자)으로 대표되는 신빈곤층 형성으로 나타났다. 지역격차도 커지고 있다. 일본의 자부심이던 '전 국민 중산층''1억 총중류' 사회가 와해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빈곤율(전 세대 연간수입 중간치의 절반 이하 수입으로 생활하는 인구)은 15.3%로,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선진국그룹 중 3위로 수직상승했다. 양극화가 심각하기로는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해법은 두 나라가 정반대다.
고이즈미 정부는 우선 중앙정부와 지방의 연결고리부터 단절하고 있다. 교부금 등 지방지원을 가차없이 줄이고 있다. "집권 자민당이 아직 지방에 터전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리는 개혁을 밀어붙이기 위해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떠났다고 봐야 한다."(스가 요시히데 중의원 의원)
지자체의 반응이 궁금했다. "각자 알아서 살아가는 것을 대세로 받아들인다." 히로세 가쓰사다 오이타현 지사는 총리의 개혁코드에 맞춰 고교평준화를 수술 중이다. 11개 학군을 2~3개로 대형화해 학생들의 선택 범위를 넓혀주고 경쟁을 촉진시킬 계획이다. "양극화가 심각한데 경쟁촉진정책에 대한 거부감이 없느냐"는 질문에 히로세 지사는 "이렇게 하는 것이 격차해소에 낫다는 데 여론의 힘이 실리고 있다"고 즉시 대답했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서라도 '작은 정부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일부의 지적도 있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앞으로 5년간 공무원을 5% 줄일 계획이다.
총리의 정책철학에 대해 하야시 다다시 게이단렌 경제홍보센터 사무국장은 "루이비통이든,100엔숍이든,지방이든 모든 경제주체는 자력으로 경쟁해 성장하면 격차는 줄어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어떨까? 일본 노조의 대표격인 전기산업노조를 중심으로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해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등 양극화 해소에 적극적이다.
"비정규직 포용은 노조조직률을 높이려는 측면도 있지만 '경쟁속에서도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사회'로 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강하다."(세이케 아쓰시 게이오대학 교수)
노동계에 화답하듯 경영측은 고령화해법과 양극화 해소를 조화시키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젊은층 고용확대를 위해 기존 인력의 조기은퇴를 유도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정년연장내지는 없애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하야시 경제홍보센터 사무국장)
세이케 교수는 "고령화사회를 지탱하려면 정년보장을 넘어 고령자의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면서 "근속연수에 따라 연봉차이가 크게 나지 않도록 평평하게 가야 한다"고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기자는 일본의 양극화해법을 취재하면서 "일본이 아무리 신자유주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지만 '균형과 조화'라는 원형질은 조금도 변함이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편집국 부국장 lee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