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 된다는 건 몸이 변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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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러기와 알레르기성 비염을 동시에 갖고 있던 환자가 있었다.
그 환자는 치료가 거의 끝나가고 있는 중이었는데 어느 날 진료실에 들어와서 분통을 터뜨렸다.
대기실에서 신문을 보다가 화가 났다는 것이다.
자신과 아들이 비염으로 한창 고생하고 있던 수년 전 오늘처럼 신문을 보고 비염 약을 한의원에서 구입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만 진료를 받았고 다음 달부터는 입금만 하면 약을 택배로 받았다고 한다.
진료는 형식적으로 받고 한 달에 한 박스씩 여러 달 약을 복용했지만 헛일이었다며 짜증을 낸다.
왜 그렇게 치료하려 했느냐고 묻자 그 환자는 "한의사가 그렇게 해도 치료가 된다고 해서 그렇게 믿었다"고 말했다.
치료가 된다는 것은 몸이 이전과 다르게 변화했다는 것이다.
그럼 완전한 치료를 하려면 어찌해야 할까.
몸의 조건이 변화하면 새로운 조건에 맞추어 처방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 아닐까.
처음에 좋았다고 해서 끝까지 그 약이 내게 좋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이다.
필자가 지방에서 개원하고 있을 때의 일이 기억 난다.
어느 여름날 막 퇴근하려는데 어떤 중노인이 들어왔다.
자기 증상과 치료한 경험에 대해서 무려 두 시간 동안이나 설명하더니 마지막엔 처방전을 써 달라는 것이다.
이미 많은 한의사와 한의대 교수님들이 그 환자에게 처방전을 적어 주었고 필자가 보기엔 지니고 있는 처방전 가운데 당시 증상에 적합한 처방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환자는 새로운 처방을 요구했다.
아마도 당시 적합했던 그 처방이 이전엔 몸에 맞지 않았으므로 마음 속으로 폐기 처분했을 것이다.
필자는 그 환자에게 끝까지 처방전을 적어 주지 않았다.
만약 처음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 환자는 끝까지 그 약을 고집할 것이고 그러면 병은 치료되지 않고 새롭게 변형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매스컴을 통해서 약물이나 건강 보조식품 등이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많은 효과가 있었던 어떤 것이라도 내게도 같은 효과가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일종의 어리석음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약이나 식품이 자신의 체질과 병증에 적합한지 부적합한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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