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기자의 일본리포트] (3)지한파로부터 귀담아 들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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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도 이미 불행이 시작되었을 수 있습니다."
주바치 요시하루 소니 사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삼성전자를 극찬하면서 여담조로 이런 말을 했다.
그는 삼성의 어디에서 불행의 씨앗이 싹트고 있다고 보는지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소니의 실패담을 소상하게 들려주었다.
"워크맨 등으로 세계 가전시장에서 톱브랜드로 부상한 이후 자만에 빠졌었다.
현장을 소홀히 한 나머지 고객에게 제안하기보다는 스스로 도취돼버렸다.
창조를 위한 창조에 빠져들었다.
창의성도 관리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기자에겐 주바치 사장이 속으로 이렇게 얘기하는 것처럼 들렸다.
"우리 소니의 경험에 비춰볼 때 삼성도 지금 반도체 등에서 세계 최고를 달리면서 자부심을 넘어 자만에 빠져들 위험성에 노출돼 있을지도 모릅니다.
조심하세요."
기자가 일주일간 일본을 취재하면서 만난 일본 정·재계나 학계 인사들은 한국의 전자산업에서부터 야구에 이르기까지 높게 평가하는 한편으로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우선 일본 재계인사들은 한국 일각의 대기업 비판 분위기에 대해 경악하고 있었다. 한·일청소년 교류에 여생을 바치기로 했다는 세토 유조 아사히 맥주 상담역(한·일경제협회 일본측 회장)은 간곡히 당부했다.
"삼성 같은 대기업을 몰아세우는 분위기가 있다고 하는데…안 됩니다. 미국 유럽 일본과 비교해 보세요. 한국기업들은 아직 더 커져야 합니다."
양극화대책에 대해서도 세토 상담역은 "일본도 버블 붕괴 초기 포퓰리즘에 빠져 재정으로 약자를 지원하는 쪽으로 흘렀고 결국 불황을 더 깊고 더 길게 만들고 말았다"고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그는 한국의 산업정책에 대해서도 훈수를 두면서 "중소기업을 키운다고 해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것은 단견"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지역균형발전정책에 대해서도 일본의 전문가들은 자국의 경험을 들려주면서 '지금 그럴 때가 아니다'고 진심으로 말렸다. "일본도 고이즈미 총리 집권 이전까진 경제발전의 성과를 낙후된 지역에 재배분해왔습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회주의국'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였습니다. 이 정책은 고도성장기엔 통하지만 저성장기엔 금물인데도 계속 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세수는 늘지 않는데 지출은 계속 늘린 결과 국가재정이 파탄났고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이케오 가즈히도 게이오대학 교수)
지역경제발전 연구의 대가인 미즈타니 겐지 주쿄대학 교수도 균형발전을 위한 현 한국정부의 인프라 분산에 대해 잘못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이 과거에 부산항이나 인천공항을 비롯해서 인프라 집중 정책을 편 것은 정말 잘한 정책입니다. 그렇지 않고 지역분산으로 갔더라면 한국이 더 좋게 되었을지 스스로 되짚어 보세요. 그랬다면 지금 한국은 '물류허브'전략 등을 구상조차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일본도 70년대 이후 30년간 지역균형발전에 투자한 것에 비춰볼 때 한국도 그 단계를 거친 다음에 집중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미즈타니 교수는 단호히 '노(NO)'라고 대답했다.
그는 "저성장기여서 균형투자를 해봐야 효과도 나지 않고 글로벌 경제시대일수록 집중으로 가야 한다"면서 "잘되는 지역의 경제역량을 더 키우는 게 길게 보면 소외계층이나 지역을 위해서도 낫다"고 조언했다. 이어 "특히 한국처럼 재정규모가 크지 않은 나라일수록 집중은 더욱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편집국 부국장 lee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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