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중배상'(1944)과 '보디히트'(1981)는 이른바 팜므파탈(요부)이 등장하는 누아르영화의 고전이다. 희대의 악녀가 보험외판원과 변호사를 유혹해 남편을 죽이고 유산을 가로채는 내용이다.


샤론 스톤이 섹스심벌로 떠올랐던 '원초적 본능' 시리즈는 두 작품의 후예격이다. 여권이 신장되고 도덕적 타락이 심화된 시대적 변화상을 반영해 주부 대신 커리어우먼(독신 여류작가)이 악녀로 등장한다. 살인행각도 돈이 아니라 창작 모티프를 얻기 위한 방편이다. 악녀의 범죄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경찰은 그녀의 섹스파트너가 된다.


1992년 1편 이후 14년 만에 나온 '원초적 본능2'(감독 마이클 카튼 존스)의 플롯은 전편과 거의 같다. 작가 캐서린(샤론 스톤)이 살인사건에 연루돼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경찰이 증거를 찾지 못한 채 연쇄살인이 발생한다.


도입부에서 캐서린은 스포츠카를 타고 고속주행하면서 축구스타와 정사를 벌인다. 차는 강물에 곤두박질치고 축구스타는 익사체로 발견된다. 살아남은 캐서린은 정신분석 담당 의사인 마이클(데이빗 모리시)로부터 '위험중독증'이란 진단을 받고 풀려난다.


전편에 비해 달라진 것은 캐서린의 파트너가 경찰 대신 정신분석 담당 의사 마이클로 바뀌었고 캐서린과 마이클 사이에 부패경찰이 개입하면서 세 인물이 모두 범죄혐의를 받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기본 설정이 전편과 너무 흡사하기 때문에 흥미가 반감되고 말았다. 관객은 등장인물의 행보를 짐작하고 결말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무기인 에로티시즘이 현저히 약화됐다. 마이클과 캐서린이 태우는 정념의 불길은 별로 뜨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올해 48세인 샤론 스톤의 나이 탓도 있지만 마이클역 데이빗 모리시가 전편의 주인공 마이클 더글러스에 비해 성적 매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창남촌에서의 섹스,허리띠로 상대의 목을 조르는 사디즘,남녀 간의 그룹섹스 등도 이미 여러 영화에서 선보인 익숙한 장면들이다.


30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