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상봉을 취재하던 남측 공동취재단이 북측의 취재제한에 항의해 전원 철수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금강산에서 열리고 있는 제13차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취재 중인 남측 공동취재단은 23일 남측 방송사들의 '납북',`나포' 단어 사용을 이유로 북측이 취재제한 조치를 취한 데 항의해 전원철수키로 결정했다. 공동취재단은 이날 오전 현지에서 회의를 갖고 현재 상황에서 더 이상 이산가족 상봉행사 취재가 무의미하다고 판단, 이날 중 현지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왔다. 이들은 "북측의 취재 제한으로 인해 공동취재단에 참여한 SBS 기자가 남측으로 귀환했고 취재 자유에 대한 원칙도 깨졌다"면서 "더 이상 금강산에 머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같은 입장을 현지 상봉단 지도부 및 통일부에 통보하고 조기 귀환에 필요한 차량확보 등을 요청했다. 금강산 현지에서는 24명의 공동취재단이 20일부터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취재 중이었고 22일 SBS 기자를 포함한 6명이 1진 상봉단과 함께 남측으로 귀환했다. 이 가운데 5명은 22일 교체가 예정돼 있었고 SBS 기자는 회사의 결정에 따라 중도에 철수했다. 이에 따라 공동취재단은 23일 오전 긴급회의를 갖고 정상적인 취재 활동이 더이상 어렵다고 판단해 남은 취재진도 모두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이와 관련, "정부는 20일부터 금강산에서 진행 중인 이산 상봉 행사에서 북측이 자유로운 취재를 제한하고 1진 상봉단 귀환을 장시간 지연시킨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이 장관은 "북측의 이같은 태도는 남북관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인도주의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북측의 시정을 요구했다. 한편 2진 상봉단 430여명은 예정대로 이날 오전 금강산으로 이동해 25일까지 북측 100명과 상봉행사를 갖는다. 이에 앞서 북측은 상봉 첫날인 20일 오후 SBS.MBC 기자들이 신성호 선원 천문석씨 부부의 상봉 장면을 보도하면서 '납북','나포'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며 현지 송출을 막은 데 이어 21일 이들의 취재를 제한해 공동취재단이 한때 취재를 거부하는 등 갈등이 빚어졌다. 북측은 또 해당기자의 철수를 요구하며 이산가족이 타고 올 차량의 출발을 막는 바람에 상봉단의 귀환이 10여시간 지연되기도 했었다. 북한은 지난해 제12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도 남측 방송 기자가 '납북'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현지 송출을 제한하고 일부 기자의 취재수첩을 빼앗는 등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k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