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05년 국민계정'에는 한국 경제가 회복 추세에 놓여 있긴 하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여전히 차갑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크게 못 미치는 4.0%에 그친 데다 국민들의 체감경기와 직결되는 실질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0.5%에 그쳐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국민이 손에 쥔 소득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그러나 올해에는 내수 회복세에 힘입어 경제성장률이 5%에 달할 뿐 아니라 실질GNI증가율도 4.5%로 대폭 높아질 전망이어서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체감경기 제자리걸음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4.0%는 2004년 성장률(4.7%)이나 잠재성장률(5% 내외)과 비교하면 분명 저조한 수준이다.


그러나 작년 4분기 성장률이 5.3%까지 치솟는 등 지표경기는 점차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다.


문제는 실질GNI 증가율이 0.5%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는 것.지표경기(실질GDP 증가율)와 체감경기(실질GNI 증가율) 간의 괴리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실질GNI 증가율이 이처럼 저조했던 것은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 가격은 크게 떨어진 반면 고유가 등으로 수입품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그러나 "올해엔 실질GNI 증가율이 4.5%로 높아지는 등 '성장의 질'도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상승폭이나 수출품 가격 하락폭이 작년만큼 크진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성장중심축 수출→내수


민간소비가 작년에는 증가세로 돌아서고 설비투자 증가폭도 5%대까지 높아지는 등 내수부문의 활력이 살아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인 현상으로 풀이된다.


민간소비증가율은 2003년 -1.2%,2004년 -0.3% 등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전체 성장률을 갉아먹었으나 작년에는 3.2% 증가로 돌아섰다.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설비투자 증가율 역시 2003년 -1.2%에서 2004년 3.8%로 높아진 뒤 작년에는 5.1%까지 상승했다.


반면 2002년 이후 두자릿수를 기록하던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엔 8.5%로 크게 둔화됐다.


이에 따라 GDP에 대한 기여율도 내수(64.1%)가 수출(36.0%)을 3년 만에 추월했다.


한은은 소비와 투자 증가율이 향후 더욱 확대될 예정이어서 올해 우리 경제는 5% 성장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안길효 한은 국민소득팀장은 그러나 "연초 환율 급락으로 인한 수출 부진이 올해 우리 경제의 최대 불안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