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로 이미 기대감이 상당부분 희석된 반도체주들이 22일 또다시 '삭풍'을 만났다. 하반기 D램 수요의 견인차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윈도 '비스타'의 일반용 버전 출시가 내년 1월로 연기된 것이다. 이미 고점에서 상당폭 밀려난 삼성전자[005930]와 하이닉스[000660]의 주가가 다시 충격을 받아 낙폭이 커졌으며 증시 분석가들도 '비스타' 일반 버전의 출시 연기가 미칠 손익계산을 따져보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 직격탄 맞은 반도체주 = 이날 마이크로소프트(MS)가 '비스타' 일반 버전 출시 연기를 발표한 뒤 한국 시장 개장 전 나스닥선물지수는 큰 폭으로 떨어졌고 MS를 비롯한 기술주들의 시간외 거래가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 악재는 또 개장 직후 삼성전자[005930]와 하이닉스[000660]의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삼성전자는 장중 낙폭이 한 때 3%에 육박, 61만6천원까지 밀린 데 이어 오전 10시50분 현재 2.68% 하락한 61만8천원에 거래되며 이틀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하이닉스도 3.52% 하락 2만7천400원을 기록하며 나흘 만에 2만7천원대로 되밀려났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이 '금리인상'쪽으로 받아들여진 것과 더불어 반도체주에 뜻하지 않은 '악재'가 발생하면서 그 영향은 단순히 몇몇 종목이 아니라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장기간 1,320∼1,340대 박스권에서 횡보하던 코스피지수는 이 시간 현재 1.7% 이상 하락, 1,313대로 밀려나면서 경우에 따라 다시 한 번 1,300선의 지지력 시험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실제 영향 상당할 듯 = 지금까지 대부분 증권사들의 반도체주 실적추정은 반도체 경기가 2.4분기 바닥에 도달한 뒤 하반기 이후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 에 토대한 것이었고 이런 시나리오는 MS의 '비스타' 연내 출시를 전제한 것이었다. 기존 윈도보다 D램 용량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비스타'가 연말 PC수요를 겨냥해 출시되면 연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PC 등 정보기술(IT) 제품 수요 철을 맞아 D램 사이클이 강세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시나리오인 것이다. 하지만 이날 MS의 발표로 이런 구도는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통상 PC의 핵심인 중앙처리장치(CPU)나 새 운영시스템(OS) 도입을 앞두고 기존 수요가 감소하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뒤로 이연되면서 D램 경기의 저점도 당초 예상했던 2.4분기보다 더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시장의 경우 PC판매의 30%가 연말 쇼핑철에 발생하기 때문에 반도체주들이 올해 실적에서 예상했던 '비스타 효과'는 상당부분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고 반도체주의 경기가 이렇다면 자연스럽게 기술주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수위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우증권은 이날 코멘트에서 "D램과 플래시 메모리가 2.4분기에 동시 저점을 맞고 3.4분기 이후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플래시 저점은 2.4분기, D램 저점은 3.4분기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메모리시장 전체가 3.4분기부터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3.4분기 회복세가 강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우증권의 진단이다. 이에 대해 지나친 '반도체주 비관론'에 빠질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김진태 애널리스트는 "실제 수급모델상에서 ('비스타'장착 PC의 D램) 탑재율을 고려하면 큰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았다"며 반도체주의 실적전망을 크게 수정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오히려 '비스타'의 그래픽이 강화되면서 DDR3의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 부분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