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신생 벤처기업을 대상으로한 '선제투자(pre－emptive financing)'가 성행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붐이 다시 일면서 유망한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의 경우 자금을 찾아나서기도 전에 벤처캐피털 등으로부터 경쟁적으로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제의를 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0일 보도했다.


이런 투자 경향은 미국의 대(對)테러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 정책에 빚대 투자자들의 '선제투자'로 일컬어지고 있으며 최근 들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선제투자는 무선 통신,컴퓨터 게임,소비자 인터넷 서비스 등의 벤처기업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실제 시애틀의 온라인 구직업체인 '잡스터'는 지난해 1950만달러를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받아 예상보다 훨씬 빨리 자금을 확보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및 시스코시스템스와 거래를 하고 있는 이 회사의 제이슨 골드버그 CEO(최고경영자)는 "우리가 돈을 찾아 나서지도 않았는데 여러 개의 벤처캐피털이 투자하겠다고 제안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몇 개의 벤처캐피털이 경쟁이 붙어 회사로서는 훨씬 유리한 조건에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선제투자가 성행하고 있는 것은 회사가 어느 정도 알려진 뒤 공개적으로 자금을 모집할 경우 경쟁이 치열한 데다 투자 조건도 상당히 불리해 아예 '될성 부른 회사'에 초기부터 자금을 투자하고 보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현상을 반영,작년 벤처캐피털이 신생기업에 투자한 돈은 221억달러로 2001년 이후 가장 많았다.


또 신생 벤처기업의 가치도 작년 평균 1520만달러로 2년 전의 1000만달러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신생기업의 몸값이 오르고 있는 셈이다.


선제투자는 그러나 서둘러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치중하다보니 사업 모델이나 경영의 허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무모한 투자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