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소득보다 세금을 적게 낸 여관이 '침대시트 사용량'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20일 국세심판원에 따르면 A여관은 국세청의 세무조사로 2001~2003년 탈루소득 9540만원에 대한 부가가치세 863만여원을 추가로 물게 되자 국세심판원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이 여관은 매출장부를 기재해야 하는 '복식부기 의무자'인데도 관련 장부를 비치하지 않아 국세청의 의심을 샀다. 탈루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국세청은 이 여관과 거래하는 세탁업소를 통해 침대시트 세탁량을 계산한 뒤 객실 대여수로 환산해 수입금액을 추산했다. 객실을 대여할 때마다 침대시트를 매번 갈아준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국세청이 이런 조사를 통해 863만원의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자 A여관은 남자 종업원 2명과 여자 종업원 1명이 사용한 시트는 전체 시트량에서 빼야 한다면서 국세청에 이의신청을 했다. 국세청은 그러나 청소일을 맡은 종업원들이 여관에서 자지 않고 출퇴근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여관측의 요구를 거절했다. 침대시트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국세청의 이 같은 설명에도 여관측은 승복하지 않고 "시트 사용량으로 소득을 추계하는 것은 신의성실원칙에 어긋난다"며 이번엔 국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그러나 청구 결과는 국세청의 승리로 끝났다. 국세심판원은 이번 사건의 결정문에서 "청구인은 복식부기 의무자로서 장부를 비치·기장해야 하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은 만큼 부가가치세법을 위반했다"며 "국세청의 추계 방식은 적법하다"고 밝혔다. 심판원 관계자는 "시트 사용량으로 수입을 추계하는 것은 상당히 과학적이고 기발한 방법"이라며 "여관 주인도 시트 사용량 앞에서는 할 말이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