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인 18일 아침에 배달된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1면은 요즘 중국을 달구고 있는 '사회주의 8대 영욕관(榮辱觀)'으로 덮여 있었다. 톱으로 실린 사설은 '중요하고 긴박한 전략적 임무'라는 제목 아래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제창한 사회주의 8대 영욕관을 열심히 배우자는 게 골자였다. 후 주석이 지난 4일 언급한 8대 영욕관은 '조국을 사랑하고 인민에 봉사하며 힘써 노력하는 것은 영광이고, 조국에 해를 끼치고 인민을 배신하며 교만 방탕한 것은 수치'라는 진부한 도덕론이다. 인민일보 사설 옆에는 공산당 선전부가 이를 교육할 준비를 하라고 전국 산하 조직에 지시했다는 내용과,당 중앙기율검사위의 감찰부 역시 직원들에게 철저한 학습을 하라고 통보했다는 기사가 나란히 실려 있다. 국무원 신문판공실(우리의 국정홍보처)이 운영하는 중국망 사이트(www.china.com.cn)엔 별도 코너까지 마련됐다. 베이징시는 강연단까지 조직했다. 28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시내의 학교 등을 돌며 8대 영욕관 전도사 역할을 하게된다. 강연 안내를 위해 24시간 핫라인까지 개설했다. 후베이성은 각 학교 대표들과 좌담회를 열고 8대 영욕관을 열심히 배우자고 다짐했다. 저우지 교육부장(장관)은 한술 더 떠 이를 교과서에 싣겠다고 발표했다. 산둥성 치난현 다좡진의 한 초등학교에선 8대 영욕관을 이미 동요로 개작해 가르치고 있다. 하얼빈 제19중학(중고교)에선 8대 영욕관을 준수하자는 선언 캠페인을 벌이기도했다. 중국 전역이 8대 영욕관 용비어천가로 울려 퍼지고 있다. '선전'을 중시하는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이라지만 과열이라고 느낄 정도의 학습 열풍이다. 왜일까. 인민일보는 13억 인구,56개 민족으로 구성된 국가가 전면적인 샤오강(小康,비교적 잘사는 수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선 공동의 사상기초와 공동의 도덕규범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빈부격차 확대로 불어나는 사회불만과 늘어나는 농민시위로 사회분열을 경계하는 중국이다. 후의 8대 영욕관엔 체제 안정을 위한 사회통합이라는 의도가 담겨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