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은 16일(현지시간) "왼쪽으로 기울어졌던 한국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최근 들어 점진적으로 중도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이날 뉴욕 맨해튼에서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주최한 포럼에 참석,'한국의 다국적 기업'이란 주제의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의 반(反) 대기업 정서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대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도 대체로 약간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지난 3년간은 한국의 대기업들,특히 삼성그룹에는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설명하고 "그러나 한국의 대기업들은 이런 적대적인 환경 속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잘 해왔으며 살아 남았다"고 술회했다. 이어 "한국의 대기업들은 지금과 같은 환경에 익숙해져 있으며 따라서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며 "오히려 노사관계가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어떤 정당이 승리할지 모르지만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과 국민의 태도가 약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환율 문제와 관련,"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달러당 950원 아래로까지 떨어진다면 무역적자가 불가피하다"며 "따라서 환율이 그 선 훨씬 아래로까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의 기업들이 그동안 연구개발과 혁신,디자인,브랜드 가치,효율성,강력한 시장지위 등을 통해 비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바로 이 점이 최근 3년간의 수출 급증세와 과거 80년대 말의 '3저 호황'과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정 소장은 한국과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선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2.5∼3%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격효과는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며 "투자와 환경 안보 등 교역 외적 부문에서 큰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