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EU의 단일통화인 유로화가 아시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고 EU의 각종 환경 및 안전 기준을 따르는 아시아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EU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시아 국가들을 식민지로 삼았던 유럽 국가들의 아시아 '총독'은 오래 전에 사라졌지만 유로화와 유럽식 스탠더드를 앞세워 EU가 아시아에서 다시 위세를 떨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는 몇 년 전만해도 유로화를 (성공 가능성이 작은) '유럽의 실험'이라고 비웃었지만 이제는 아시아에서 거래되는 채권의 상당규모가 유로화 표시 채권이다. 중국의 경우 유로화 표시 채권의 비중이 해외에서 발행하는 전체 채권의 20%에 이른다. 아시아 국가들이 가진 외환 가운데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중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EU를 미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상쇄할 수 있는 균형추로 삼으려 하기 때문이다. 도이체방크의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스펜서는 "(2002년 유로화가 출범하기 전에는) 아시아 국가들(일본 제외)이 전체 보유 외환 중 5% 정도를 독일 마르크와 프랑스 프랑 등 유럽의 통화로 확보했지만 이제는 유로화의 비중이 25%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기업들은 자동차 TV 장난감 섬유 등에 적용되는 환경과 안전 기준으로 EU의 기준을 앞다퉈 채택하고 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