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컴퓨터 두뇌인 마이크로 프로세서(CPU)의 속도를 현재보다 25배 높일 수 있는 반도체 신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기술은 특히 실리콘 반도체의 집적 한계를 뛰어넘어 장기적으로 실리콘 반도체 시대를 20년 이상 연장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양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나노종합팹센터(소장 이희철)와 공동으로 성인 머리카락 굵기의 4만분의 1에 해당하는 3㎚(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3차원 실리콘 전자소자(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트랜지스터는 지금까지 나온 세계 최소 크기다.

그동안 실리콘 소재 반도체 트랜지스터는 최소 집적 한계가 5㎚로 여겨져 왔으며 이 이하 트랜지스터를 만들기 위해선 탄소나노튜브나 분자 소재가 개발돼야 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최 교수는 "실리콘 트랜지스터로는 장기적으로 '18개월마다 반도체 용량이 두 배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을 따라갈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으나 이번 최소형 트랜지스터 개발로 실리콘 시대를 20년 이상 연장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 기술이 차세대 CPU나 테라비트급(1테라비트는 1조비트로 엄지손톱만한 칩 속에 1만2500년분의 신문기사 저장용량) D램과 S램,플래시메모리에 응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집적도의 이 트랜지스터를 CPU에 적용할 경우 현재보다 25배 빠른 100㎓의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께 480조원으로 예상되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이번 3㎚급 3차원 트랜지스터가 약 35%(168조원)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