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나선 미국을 이겨 기분이 너무 좋다. 한국 야구 전체의 큰 기쁨이다" 14일(이하 한국시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2차전 미국과 경기에서 1회 돈트렐 윌리스(플로리다)의 직구를 받아쳐 우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터뜨린 이승엽(요미우리)가 미국을 무너뜨린 뒤 감격을 이렇게 말했다. 4경기 연속 홈런포로 한국 팀의 주포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는 '라이언 킹'. '대어'를 낚은 후 이승엽은 "윌리스의 투구폼이 위압적이이어서 볼 카운트를 오래 끌면 끌수록 공략이 불리할 거라 생각하고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또 "어제 멕시코전에서 변화구(체인지업)를 잡아 당겨 홈런을 쳤기 때문에 오늘은 직구를 노리고 있었다"며 투수와 수싸움에서 완벽히 앞서 있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승엽은 이번 WBC에서 연일 대포행진을 벌이며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비결에 대해 "지난 2년간 일본에서 뛰면서 변화구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좋아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미국이 패했지만 그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이승엽은 "우리는 보통 1월부터 스프링캠프를 치르면서 시즌을 준비하는데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2월부터 천천히 시즌을 시작하다 보니 아직 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 같다. 직구를 노리고 있었지만 싱커성 볼도 눈에 띄는 등 볼끝의 움직임이 사뭇 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미국을 제압한 것도 내 홈런이라기 보다는 우리 투수들이 잘 던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 팀워크도 좋다. 이제 한 고비 넘겼을 뿐이고 16일 일본전에서 패해 동률이 됐을 경우 실점을 따졌을 때 지더라도 큰 점수차로 지면 안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이겨서 4강전이 열리는 샌디에이고로 떳떳하게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승엽은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이 좋아하는 것 같다'는 질문을 받자 "아직 팀내에서 확실한 주전 1루수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불안하다"는 말로 받아 넘겼다. (애너하임=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