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국영기업 두바이포트월드(DPW)의 미국 항만 운영권 인수가 무산된 데 대해 중동의 '오일 머니'가 보복에 나섰다.


중동 산유국들이 보유 외환을 달러에서 다른 통화로 바꾸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일부 국가는 미국 내 투자 자금 회수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번 사건이 미국과 아랍권 간의 경제 갈등으로 비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달러비중 축소,투자자금 환수


CBS 경제통신 마켓워치는 13일 술탄 빈 나세르 알 수와이디 UAE 중앙은행 총재의 말을 인용,UAE가 225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 중 10%를 유로화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UAE는 그동안 보유 외환의 5%를 유로화에 투자했는데 이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수와이디 총재는 "미국의 태도는 국제교역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면서 "투자자들은 향후 투자 결정 과정에서 이 같은 미국의 태도를 감안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UAE는 미국에 대한 항의표시로 오는 17일로 예정된 미국과의 통상회담도 무기 연기시켰다.


중동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정제 시설 등 해외에 투자한 석유자금 회수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하마드 사우드 알 사이와리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해외 투자와 연관돼 있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있다"면서 "이들 자금은 일시적으로만 해외에 있을 것"이라고 말해 자금의 일부를 본국으로 회수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의 태도는 보호주의인가 아니면 차별인가"라고 되물으면서 "미국 기업은 세계 어느 곳에서든 마음대로 기업을 인수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 기업이 미국 기업을 사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하마드 총재는 "유로와 엔 시장,이머징마켓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달러 자산 다변화 방침을 내비쳤다.


◆달러화 약세 지속될 수도


UAE 중앙은행 총재의 외환 다변화 발언의 영향으로 뉴욕 외환시장에서 13일 유로화는 0.2% 올라 유로당 1.1925달러를 기록했다.


시장관계자들은 아랍권 국가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적어도 당분간은 달러화 약세를 가져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미 채권 보유 비중은 5.4%로 독일 프랑스 홍콩 소유분보다도 많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240억달러로 4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상태이며 대부분 산유국들의 외환보유액은 최근 급증했다.


사우디 정부가 해외 증권에 투자하는 기금 규모만도 430억달러에 달한다.


이 같은 중동 산유국의 해외투자는 그동안 미국의 달러화 가치를 유지시키고 금리를 안정시키며 소비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중동-동남아시아 담당 부서장인 스티브 브리스는 "중동 국가들의 달러자산 축소가 가시화 될 경우 장기적인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