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R&D시대] 산학협력 '맞춤형 인재' 교육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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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은 최근 고려대에 2차전지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이 분야 사업에 필요한 핵심 인재를 대학에서 사전에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과정은 고려대 화학생명공학부에 설치돼 2차전지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선발된 4학년 재학생들은 1년 동안 2차전지 개발이나 생산과 관련한 전공 과목을 집중적으로 수강하게 되며 성적 우수자에게는 장학금 지급과 입사 기회가 주어진다.
LG화학은 한국과학기술원 및 한양대 등과도 이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기업들이 대학과의 산학 협력을 통해 원하는 인력을 직접 육성하는 이런 '맞춤형 교육'이 확산되고 있다.
'주문형 교육'으로도 불리는 맞춤형 교육은 기업이 대학에 예산을 지원,필요로 하는 내용의 석·박사 과정 또는 전공 과목을 개설하는 것으로 최근 새로운 교육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성균관대에 반도체시스템 전공을 개설,필요한 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수업은 성균관대 교수와 삼성전자 박사급 연구진이 함께 맡고 있다.
입학생에게는 4년 학비가 면제되며 졸업생들에게는 삼성전자 취직이 보장된다.
2006학년도 수시 2학기의 면접 전형 경쟁률이 15 대 1에 달할 정도로 학생들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삼성전자는 이 밖에 각 사업부별로 전국 대학과의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 현대자동차 제일모직 등도 대학과 연계해 맞춤형 교육 과정을 개설했거나 개설할 예정이다.
이 같은 교육이 각광받는 것은 무엇보다도 기업들이 사업에 적합한 인력을 스스로 키워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대학을 졸업한 신입 사원들을 재교육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현장 능력이 떨어지는 인력 양성을 이유로 대학 교육에 불만을 가져왔다.
한국산업기술재단이 최근 103개 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 정도(45.6%)의 기업들이 이공계 신입사원을 뽑은 뒤 정상적 업무 수행에 도달하는 데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답했다.
2년 이내도 28.2%에 달했고 6개월 이내는 17.5%에 그쳤다.
현장에서 필요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58.3%가 '현장과 교육의 괴리'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현장에서 필요한 능력과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의 차이를 좁히기 위한 방안으로 '산학연계 맞춤형 교육'(67%)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하지만 이런 교육 흐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정 분야의 교육에 중점을 두는 이 같은 프로그램이 많아질수록 대학은 점점 단순한 기능 인력 양성소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업이 대학 교육까지 좌우하게 되는 상황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대학 한 교수는 "맞춤형 교육은 특정한 인력을 원하는 기업과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대학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모델"이라며 "그러나 지나치게 이런 교육이 활성화되는 것도 반드시 바람직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