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여, 깨어나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이 시원하게 터져주지 않는 빈약한 타선 때문에 냉가슴을 앓고 있다. 한국은 13일(한국시간) WBC 2라운드 1차전 멕시코와 경기에서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의 1회말 2점 홈런 덕에 2-1로 가까스로 승리했지만 1실점으로 틀어막은 투수진의 호투에 비해 타선은 무기력은 짙은 그림자로 남았다. 멕시코 마운드가 탄탄하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안타 수는 홈런 1개를 포함해 5개에 그쳤던 것이다. 2번 이종범(기아)이 4타수 2안타로 가장 좋은 타격감을 보였고 이승엽과 이진영(SK), 김종국(기아)이 각각 1개씩의 안타를 쳤을 뿐이다. 반면 톱타자 이병규(LG)를 비롯해 최희섭(LA 다저스), 이범호(한화), 진갑용, 박진만(이상 삼성)은 모두 헛방망이를 휘둘렀다. 특히 4번 타자 최희섭(27.LA 다저스)의 타격 부진은 가장 심각하다. `주포' 김동주(두산)가 지난 3일 대만과 1라운드 1차전 때 어깨 탈골로 낙마하면서 4번 자리를 꿰찬 최희섭은 이날 삼진 1개 등 3타수 무안타 부진에 허덕였다. 최희섭의 4번 타자 성적은 중국전(4일)부터 멕시코전까지 타율 0.200(10타수 2안타) 1타점 4삼진. 중국전 마지막 타석 때 좌전 안타를 때린 이후 6타석 연속 무안타 행진이다. 중심타선의 핵이라는 4번 타자의 성적표치고는 너무 초라하다. 김동주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부담감이 큰 게 사실이지만 좌완에 유독 약한 좌타자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고민이 크다. 최희섭은 이날 2차례 범타로 물러난 뒤 3번째 타석에서도 좌완 호르헤 데라로사(밀워키)에게 3구삼진을 당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해 15홈런 등 타율 0.253에도 좌완 상대 타율이 0.207(29타수 6안타)에 그쳐 우완을 상대로 기록한 타율 0.258(291타수 75안타)보다 현저히 낮았던 고질병이 그대로 재연된 것이다. 이종범과 이승엽을 제외한 한국 타자들의 부진은 마운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도 원인이지만 메이저리그급 투수들의 빠른 공과 변화구에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을 끝까지 기다리기보다 한방을 노린 큰 스윙이 많다 보니 상대 투수들의 유인구에 방망이가 쉽게 돌아가기 일쑤다. 서재응(다저스), 박찬호(샌디에이고), 봉중근(신시내티), 김선우, 김병현(이상 콜로라도) 등 해외파들의 견고한 방패가 상대의 날카로운 창을 잘 막아줘 다행이지만 `지키는 야구'만으로 4강행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한국 드림팀이 김동주의 공백 속에 최대 과제로 떠오른 타선의 파괴력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