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brand)'는 참여정부 4년차인 올해의 혁신 키워드다. 정부혁신 성과를 브랜드화한 뒤 국내외에 널리 알려 국가의 성장 에너지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10일 권오룡 행정자치부 제1차관, 차의환 청와대 혁신관리비서관 등 정부 혁신담당 고위관료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창조적 혁신리더' 워크숍은 혁신 브랜드 창출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의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정부도 '삼성 애니콜' 같은 혁신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혁신리더 워크숍 참석자들은 오전 9시부터 10시간 동안 특강,체험학습, 분임토의,발표 순으로 빡빡하게 진행된 일정을 소화해 내며 혁신 브랜드 창출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특히 소니의 브랜드 인지도를 급상승시켰던 워크맨처럼 공공부문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비장의 무기'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인지도 높은 브랜드가 공공부문 혁신성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선영 국정홍보처 홍보기획팀장은 "애니콜 없는 삼성, 삼성 없는 애니콜은 상상하기 힘들다"며 "공공부문에서도 정책 수요자들의 니즈(needs)를 반영하는 전략 브랜드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종합토론을 진행한 박광국 가톨릭대 교수도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100조원에 달한다"며 "공공부문에서도 매력적인 슬로건, 로고, 컬러 등을 이용한 가치창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부문의 대표 브랜드로 키울 만한 후보들도 제시됐다. 국세청의 홈택스(Home tax) 서비스, 소방방재청의 119구급대, 병무청의 비만소대 등 일반 시민들에게 혜택이 피부로 와 닿는 아이템들이 많았다. 우리 국민들이 만족하는 행정서비스라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울 수 있다는 논리다. 정보통신부의 IT839처럼 신산업 창출의 밑바탕을 마련한 정부정책도 대표 브랜드 후보로 거론됐다. △보편성 △창조성 △최종소비자의 만족도 등 혁신브랜드 선정의 구체적인 기준도 제시됐다. 조명수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은 "우리나라의 전자정부 시스템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국세청의 홈택스 서비스, 조달청의 전자조달시스템,특허청의 특허행정시스템 등을 단일한 브랜드로 묶어 선보이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브랜드를 공급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시각도 대두됐다. 최양식 행자부 정부혁신본부장은 "일반 시민들이 집안에서 이용하는 전자정부 서비스를 통합해 'Home to government(가정에서 정부로)'라는 이름으로 내놓는다면 인지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의 혁신 브랜드 창출을 위한 추진체계도 논의됐다. 먼저 큰 틀에서의 국가브랜드는 총리실 산하의 국가이미지위원회가 관리하고 전략브랜드는 행자부 산하에 브랜드전략지원위원회를 신설해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부처별로는 브랜드 관리자를 둬 정책 브랜드를 키우는 방안이 거론됐다. 혁신 브랜드가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질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브랜드 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컨설팅과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혁신 브랜드 엑스포'를 민관 공동으로 주관하고 공공기관이 민간의 권위있는 시상제도에서 입상할 경우 브랜드 평가 때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검토됐다. 워크숍 분임토의를 진행한 권영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은 "많은 국민들이 정부를 바라볼 때 여전히 20∼30년 전의 이미지를 떠올린다"며 "참여정부가 자랑하는 여러 혁신 성과들을 국민들은 왜 잘 모르는지 반문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행사에는 정부 고위관료들을 위한 학습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참석자들이 팀을 이뤄 문제를 해결해 가는 체험형 학습이 포함됐다. 이날 오전 참석자들은 4개조로 나눠 등산을 하며 주어진 일련의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거쳤다. 권오룡 차관은 "혁신 관련 기관끼리 주기적으로 회의를 하지만 서로 몸을 부딪치는 학습체험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정부 혁신 리더들 간의 팀워크를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이번 행사는 오는 4월로 예정된 장·차관 체험형 워크숍의 시범 프로그램 성격을 띠고 있다. 정부는 당일 행사 때 블라인드 테스트 등 브랜드에 대한 감성적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