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움직이는 시장의 이야기를 몇 가지 원칙이나 방법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역사책보다는 역사소설이 재미있듯이 경영에 관한 원칙이나 이론도 상상력을 보태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마음 사냥꾼 1,2'(권민 지음,고즈윈)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마케팅 소설이다. 기업전략 및 마케팅 컨설팅 회사의 대표인 저자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 없는 책이 있다면 그림이 없는 요리책"이라며 "오늘날 마케팅 책이 바로 그렇다"고 지적한다. 마케팅이란 무척 흥미진진한 이야기인데도 학교나 기업에선 너무나 재미없게 다뤄져 왔다는 얘기다. 그래서 저자는 시장창조 전략과 브랜드 리뉴얼 전략에서 브랜드 후퇴 전략과 스피드 마케팅,리더십 등에 이르기까지 경영 전반의 다양한 관심사와 용어들을 소설 속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와 사건을 통해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수익지대,가치이동,경쟁전략,혁신,블루오션,CRM 등 마케팅에 관한 용어들도 소설 속에 녹아든다. 이야기는 기업전략 컨설팅 회사인 아발론의 김정환 팀장 방에 도청장치가 설치돼 있고 그가 작성한 리포트가 경쟁사 등으로 빠져 나가는 데서 출발한다. 경쟁사의 음모와 공격,이에 맞서는 김정환의 신시장 개척과 브랜드 세우기,실체를 감춘 채 내부 정보를 팔아 넘기는 산업 스파이들의 활동 등이 씨줄과 날줄로 엮이면서 흥미를 더해간다. 책 제목이 시사하듯 소설 속에서 지향하는 마케팅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 그들의 욕구를 보이는 상품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마케팅이라고 저자는 정의한다. 따라서 소설 속의 인물들인 전략 컨설턴트 김정환과 그의 동료들,그리고 경쟁자들은 모두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경쟁하는 '마음 사냥꾼'들이다. "…사실 경쟁자는 우리에 의해서 정해지지 않아.소비자가 결정하는 거라고.김정환도 소비자를 찾아올 거고.결국 우리는 한 곳에서 만날 거야." "삼성이나 LG가 좋다고 자기 몸에다가 그 회사 문신을 새기는 사람이 있습니까? 하지만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사람은 회사 로고를 자기 팔뚝에다 박죠.바로 이것이 영혼이 있는 브랜드죠." "마케팅은 보이지 않는 심리전쟁이죠.소비자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옷을 사지만 실제로 저것은 치열한 심리전쟁 뒤에 탄생한 전리품과 같은 거예요." 등장인물들은 이런 대화를 통해 시장조사 방법과 라이프스타일을 읽는 방법,시장창조 및 확산 전략,포지셔닝과 브랜드 전략 등 마케팅의 여러 측면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저자는 "우리 현실이 보이지 않는 치열한 마케팅 전쟁터임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앞으로 5권가량을 더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1권 268쪽,2권 237쪽,각권 98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