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완(李炳浣) 청와대 비서실장은 11일 오전 여의도 63빌딩에서 사단법인 한국경제과학연구원(이사장 허만기)의 정책세미나에 참석, 참여정부의 `진정성'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이 실장은 역설적으로 참여정부를 `답답한 정권'이라고 표현하고 국민들이 답답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는 것으로 `참여정부,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제목의 특강을 풀어갔다. 이 실장은 먼저 "참여정부는 답답할 정도로 지난 3년을 보냈다"며 "그러나 경제문제, 남북관계 등에 있어 화끈하고 화려한 외양은 없었지만 탄탄한 내실, 장기적 비전을 가져왔다"고 짚었다. 그는 그동안 지속적인 경기부양책의 유혹을 받아왔음을 토로하고 "하지만 꿋꿋하게 그 유혹을 버텨왔고, 실제 속을 들여다보면 경기부양책을 쓸 상황도 아니었다"며 "IMF 위기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알면서 경기부양책을 쓴다면 그것은 국민에 대한 배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 문제도 답답했다"며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6.15 공동선언에서 약속했던 내용들은 남북정상회담을 제외하면 120% 진전되고 있고, 이산가족 상봉, 남북철도, 도로연결, 남북군사회담 등을 통해 남북간 하나하나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진짜 국민들 눈에 답답한 것은 정책의 신중함, 우여곡절이 아니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정치스타일일 것"이라며 "대통령은 뭔가 화끈하게 해치우거나 결단하는 법이 없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이는 끈질지게 법과 원칙, 절차를 추종했고 지키려고 해왔기 때문"이라며 "권력을 오.남용 하지 않고 권력을 분산시키고 권력기관을 민주화시켜 놓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민주사회에서 권력의 오.남용은 마지막 금기"라고 전제, "(권력의 오.남용시) 정권이 망하고 비참해지므로 참여정부 들어 이 관계는 확실히 금을 긋고 있다"며 "그 결과 권력의 오.남용이 사라졌고 특권의 관행을 다 버리지 못해 몸살을 앓는 몇몇 기관도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또 언론과의 관계에 대해 "언론은 권력이 돼야 하나 사실과 책임에 근거한 정당한 권력이 돼야 한다"며 "언론과의 관계에서 참여정부는 많은 손해를 보고 있지만 정권이 손해를 본다고 국민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며 언론 문화가 계속 개선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어 이 실장은 "이 정권은 앞으로도 답답할 것이며 표 잃는 일만 많이 할 것"이라면서도 "책임있게 갈 것이며 이 시대에 이 정권이 해야 할 일을 절대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표를 계산하는 정권 치고 제대로 정권을 창출한 정권을 못봤다"며 후반기 참여정부의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나아가 "참여정부는 시대흐름에 역행하지 않았고, 시대변화를 거부하는 역풍을 극복하면서 국정을 미래를 향해 이끌었다"고 지난 3년을 자평하고 "거기에 자부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실장은 불교, 유교, 천주교, 기독교 등의 유입 과정을 거론, "한민족의 피에는 참다운 진보적 DNA를 가진 민족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런데 참여정부는 지난 3년간 진보.보수 진영으로부터 동시에 공격을 받아왔다"며 비정규직법안, 이라크 파병, 한미관계, 남북관계 등을 그 사례로 꼽았다. 그는 "가(可)든 부(否)든, 흑(黑)이든 백(白)이든 당장 하나를 선택하라는게 양쪽의 요구"라며 "이는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결정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과거의 관행과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