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M&A자금 총 동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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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일가에 대한 재판 진행과 지배구조 개선안 마련 등으로 심란한 두산그룹이 주요 계열사의 수권자본금을 확대키로 하는 등 공격경영에 나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수권자본금 확대는 추가 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한 실탄 확보용인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9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산업개발 등 3개 주요 계열사가 이번 주주총회에서 수권자본금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업계는 이와 관련,"최근 3조원 규모의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든데 이어 추가 M&A를 위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두산이 여전히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재계 일각에서는 두산이 대우종합기계,대우건설,대우조선해양 등 옛 대우그룹의 핵심 3개사를 모두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
두산은 2000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2004년 고려산업개발(현 두산산업개발),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식음료에서 중공업 중심으로 그룹의 사업구조를 변신시키는 데 성공했다.
◆실탄 장전을 위한 행보
㈜두산은 1억5000만주에서 4억주로,두산중공업과 두산산업개발은 각각 2억주에서 4억주로 수권자본금을 늘리는 사항을 오는 17일 주총에서 정관에 반영키로 했다.
수권자본금이란 기업이 증자할 수 있는 최대 자본금을 말한다.
기업들은 통상 정해진 수권자본금만큼 자본금을 늘리지는 않지만 향후 증자를 실시,언제든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춰 놓는 것이다.
두산 계열 3사의 경우 주당 액면가가 5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각각 최대 2조원씩,총 6조원으로 자본금을 늘릴 수 있는 근거를 이번 주총에서 마련하는 셈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현재 수권자본금 2억주 중 1억주를 발행(자본금 5000억원)한 상태여서 아직 여유가 있지만 앞으로 자금조달을 고려해 수권자본금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관계자도 "조달 금리가 오르는 추세여서 M&A자금을 은행에서 차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수익률을 보장해 주고 군인공제회 등 재무적 투자가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기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조만간 증자에 나설까
두산은 3조원 규모의 대우건설 인수전에 이미 참가한데 이어 추가적인 M&A에도 나설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어 상당한 자금 수요가 예상되고 있다.
두산의 핵심 캐시카우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12월 말 현재 각각 9500억원과 3100억원의 이익잉여금을 쌓아놓고 있으나 추가 M&A전에 나서려면 인수자금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다.
두산은 따라서 3개사의 자본금을 크게 늘려 추가 자금을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이 종전의 5000억원에서 수권자본금인 2조원까지 최대한 자본금을 늘리면 1조5000억원을 새로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두산이 1400억원에서 2조원,두산산업개발이 4500억원에서 2조원으로 자본금을 확충하면 3조원 이상의 실탄을 확보하게 된다.
관건은 증자의 실현 가능성이다.
기존 일반주주나 외국인 주주가 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모두 허사다.
제3자 배정 방식의 증자도 상대방을 찾아야 성공할 수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