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이에 따라 월마트가 추진 중인 은행 설립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버냉키 의장은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지방 은행가들의 모임에 참석, "법률적인 허점으로 인해 기업(산업자본)이 은행과 유사한 금융업을 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이런 허점은 산업자본과 은행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회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산업자본과 은행의 분리라는 원칙을 훼손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재 산업자본에 소유가 허용된 '산업대출회사(Industrial Loan Company·ILC)'에 대한 감독도 은행업 못지않게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냉키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세계 최대 소매체인인 월마트가 유타주에서 ILC를 설립하는 방법으로 은행업을 하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현재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금지하고 있지만 ILC의 경우 은행으로 분류하지 않아 산업자본이 얼마든지 이를 설립할 수 있다. 현재 유타주에는 투자은행 자동차 업체 금융회사 등이 운영하는 ILC가 35개 이상 영업 중이다. 월마트의 경쟁사인 타겟 등도 이곳에서 ILC를 운영하고 있다. 볼보 BMW 제너럴모터스(GM) 등도 이를 통해 자동차 금융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은행권은 물론 일부 기업과 의회에서도 월마트가 ILC를 통해 은행업에 진출할 경우 시장지배력이 커질 것을 우려해 이에 반대하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