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은 '1020세대'를 겨냥한 패션상권이다.


외환위기로 된서리를 맞은 '3040' 중심의 고급 브랜드 매장들이 밀려나고 그 자리를 미샤,더페이스샵,후부,EXR,게스,리복,지오다노 등 국내의 대표적인 영 패션 브랜드 매장들이 차지했다.


명동 상권은 우선 유동인구에서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전문가들이 추산하는 명동 상권의 하루 유동인구는 50여만명.강남지역 최대 상권인 강남역 상권의 30여만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지난 3일 오후 4시 명동 중앙로.퇴계로쪽 명동 첫 점포인 파스쿠찌에서 바라본 중앙로는 지나갈 틈이 없어 보일 정도로 사람들이 물결쳤다.


한 눈에도 10대·20대 여성들이 유동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중학교 3년생 강지영양(15)은 "뭘 쇼핑하러 왔느냐"는 질문에 "비싸서 사기는 힘들고요,사람들 물결에 휩쓸려 다니는 것만도 재미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전국 최고의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명동상권의 한복판,중앙로에 들어선 점포들의 특징은 유명 브랜드의 '안테나 숍'이라는 점이다.


땅값이 전국 최고 수준이어서 점포 개설과 유지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엄청난 유동인구가 양산하는 구전 홍보효과가 당장의 영업손실을 만회하고도 남는다는 것.


스포츠의류 매장에서 일하는 이종민씨(26)는 "한달 매출과 임대료가 4000만원으로 똑같은 수준이어서 영업이익은커녕 인건비도 안 나온다"면서도 "어차피 명동 매장은 전국적인 홍보목적이 중요하므로 본사에서도 매출에는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대료가 너무 비싸 점포를 이전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세계적인 커피체인인 스타벅스가 전국 최고의 노른자위 땅으로 소문난 중앙로 입구 첫 점포를 경쟁업체인 파스쿠찌에 내주고 물러나 앉은 게 단적인 예다.


이랜드의 의류브랜드 후아유 매장도 아디다스에 물려주고 다른 곳으로 갔다.


1년이 멀다 하고 점포 이전과 철수가 빈번한 곳이 중앙로 주변 상권이다.


지난 1년새 불황을 견디지 못한 의류 브랜드들이 철수한 곳에는 의류보다 마진이 좋은 화장품 브랜드들이 둥지를 틀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명동 중심 상권에 개인 점포가 들어서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무엇보다도 점포 임대비용이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비싸다.


명동입구 계림부동산의 최우규 사장(67)은 "중앙로의 90%는 패션·화장품업체 직영점들이 점령해 개인 소매점들은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골목상권으로 밀려나 있다"며 "하지만 안쪽 골목점포도 1층 10평 기준으로 최소한 보증금 2억원,월세 1000만원 이상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중앙로에 진출하지 못한 브랜드들은 1번가에 자리잡고 있다.


마루 ASK 행텐 노튼 TBJ 등의 패션 브랜드가 주류다.


밤 7시 외환은행 본점 인근 삼겹살집.퇴계로쪽과 달리 금융회사와 각종 사무실이 밀집된 업무 중심 상업지역이다.


연면적 100여평의 음식점 내부에는 20~40대 남녀 손님들의 저녁 식사와 대화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7명이 공동 투자한 이 가게 운영을 맡고 있는 점장 엄대용씨(30)는 "손님의 70%는 회사원"이라며 "객단가가 1만6000원 선으로 압구정동보다 낮지만 회전율에 승부를 건다"고 말했다. 이 체인점 본사 사장은 "명동점은 7억4000만원이 투자돼 한달에 1억5000만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1억7000만원을 투자해 한달 매출 3000만원을 올리고 있는 성신여대 근처의 다른 가맹점과 비교할 때 매출이 많긴 하지만 임대료 등 지출이 많아 대박 수준은 아니다"고 그는 덧붙였다.


3번가 골목은 의류점과 음식점이 섞여 있는 곳.후아유 토미애킨스 등 중·저가 브랜드들이 밀집해 있다. 안동찜닭 스시다이닝진 명동교자 등의 외식업체도 자리잡고 있다.


친구 두 명과 스시다이닝진을 찾은 송은경씨(28)는 "쇼핑과 식사 등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명동의 장점"이라며 "압구정동처럼 가격부담이 크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쇼핑하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각.세종호텔 뒤편 숯불 돼지갈비집엔 30,40대 남자 10여명이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주용덕 사장(30)은 "평일에는 충무로쪽에서 건너온 직장인들을 상대로 장사하고 주말에는 남산쪽 단독주택가 주민들과 일본 관광객들이 가게를 먹여살린다"고 말했다.


그는 25평 가게를 얻는 데 권리금 1억5000만원,임대보증금 3800만원이 들었다.


월세는 340만원.외곽 상권이어서 점포시세가 비교적 싼 편이다.


한달 매출이 4000만원 이상 꾸준히 올라 그는 만족한다.


그는 "중앙로 일대 상권에는 밤 10시가 넘으면 소비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며 "새벽 시간에 주당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세종호텔 인근 외곽 상권뿐"이라고 귀띔했다.


강창동·이태훈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