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외국 기업의 인수·합병(M&A) 시도를 방해하고 있는 프랑스와 폴란드에 대해 제재에 착수했다. 최근 역내에서 불고 있는 보호주의 바람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일 프랑스 정부에 공문을 보내 "국영 에너지회사 가즈드프랑스(GDF)와 민간 에너지회사 수에즈의 합병 과정에서 (프랑스 정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오는 17일까지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조치는 집행위가 프랑스에 대해 법적 제재 조치를 취하기 위한 첫 단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GDF와 수에즈의 합병 결정은 이탈리아 전력회사 에넬이 수에즈를 인수하는 것을 막기 위해 프랑스 정부가 개입한 결과라고 비난했었다. 집행위는 또 폴란드 정부가 자국의 BPH은행에 대한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은행의 M&A를 막고 있는 데 대해서도 다음주 중 서면 경고장을 발송할 계획이다. 집행위는 "유럽에서 국경을 넘는 M&A에 대한 승인은 집행위의 고유 권한"이라며 "폴란드 정부가 끝내 물러서지 않을 경우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폴란드 정부는 "EU 법규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유니크레디트은행이 1999년 폴란드의 페카오은행을 인수하면서 향후 폴란드 은행을 추가로 인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