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8 16:23
수정2006.04.08 20:04
몇 년 전부터 미국은 베트남과 또 한번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예전의 전쟁이 영토전쟁이었다면 이번에는 메기전쟁이다.
사건의 발단은 2002년 베트남과 미국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이다.
이 협정으로 양국에서의 관세가 폐지되자 저렴한 베트남산 농수산물이 밀려들어왔고 메기도 그 중 하나였다.
미국 내의 메기 값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정도였다.
손해를 보게 된 미시시피주 등의 메기 양식농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렇듯이 미국 농민들도 의회에 압력을 넣어서 중요한 무기들을 얻어낸다.
연방무역위원회로부터 무거운 관세를 얻어낸 것은 여느 무역 분쟁과 별 차이가 없다.
이 분쟁의 기상천외한 모습은 메기의 표기법에서 드러난다.
메기의 미국식 이름은 catfish 인데,연방의회는 관련 법을 개정해서 베트남 산 메기에는 catfish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고 베트남 현지의 이름인 basa라는 이름만을 사용하라고 규정했다.
한국 농민이 미국에 메기를 수출하려면 그 이름을 Megi라고 표기해야 할 판이다.
미국 소비자의 눈을 가려서 베트남 산 메기를 사지 못하게 하겠다는 계산이다.
얄팍한 수를 동원해서라도 경쟁의 압력을 피해보려는 미국 농민과 정치인들이 안쓰러워 보인다.
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일들은 참 어리석기 짝이 없다.
메기 값이 싸지면 메기 요리를 즐기는 미국 소비자들은 이익이다.
메기를 이용해서 사료를 만들던 미국 사료제조업자들 역시 이익이다.
그리고 그들의 이익을 모두 합치면 미국 메기 양식업자들이 입는 손해에 비해서 항상 크다.
이런 원리를 이해하는 데 대단한 경제이론이 필요하지 않다.
양식업자들은 메기 가격이 떨어지는 만큼 손해를 보게 되는데,소비자들은 같은 액수만큼 이익을 본다.
거기에 더해서 과거보다 더 많은 메기를 소비하게 될 터이니 소비자의 이익은 생산자의 손해보다 늘 커진다.
그렇기 때문에 공급자들 간의 경쟁은 공급자들 자신을 괴롭히지만,사회 전체에는 이로운 일이다.
하지만 모든 경쟁이 이로운 것은 아니다.
의회와 정치인들의 힘을 빌려서 더 많은 보호를 받아내려는 경쟁은 해롭다.
결과적으로 제품의 값을 더 높이고,품질은 떨어뜨린다.
미국 메기 양식농민들이 의회의 보호를 받기 위해 베트남 농민들과 벌인 경쟁은 그런 것이다.
타인에게 더 싸고 더 높은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려는 경쟁이라야 이롭다.
이런 관점은 경쟁의 반대 개념인 협력을 판단하는 데에도 좋은 잣대가 된다.
결론만 말하자면 타인에게 이익을 주기 위한 협력은 사회적으로 이롭지만 타인에게 해를 끼치기 위한 협력은 해롭다.
예를 들어 산유국들끼리 서로 협력해서 석유 생산량을 줄이고 그것을 통해 유가를 올리는 일은 해로운 일이다.
낙농업자들이 서로 단결해서 우유 생산을 줄이고 가격을 높이는 것도 나쁘다.
우리는 그처럼 해로운 협력행위를 담합이라고 부른다.
반면 항공사들이 마일리지나 노선 공유 등을 통해서 서비스를 높이고 값을 낮추는 것,얼마 전에 삼성과 소니가 그랬듯이 각자 가진 특허를 공유해서 원가를 낮추고 기술 발전을 촉진하려는 행위 등은 사회에 이로운 협력이다.
이로운 협력인지 아니면 해로운 담합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은 그것이 타인에게도 이로운 일인가에 달려 있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KCH@cf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