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안이 국회 재경위를 통과한 데 이어 오늘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우리가 누차 강조해 왔듯,이 법은 국내 우량기업들을 외국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무방비(無防備)로 내몰면서 기업활동 전반을 위축시키고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너무나 크다는 점에서 걱정부터 앞선다. 사실 금산법 개정안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지적되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삼성이라는 특정기업의 지배구조를 겨냥한 법 개정 자체가 설득력(說得力)을 갖기 어려운 건 말할 것도 없고,과거 법 체계에서 인정됐던 금융계열사의 5% 초과지분을 이제 와서 문제삼는 것은 명백한 소급입법이다. 게다가 이 법이 시행될 경우 삼성뿐 아니라 지배구조가 취약한 많은 국내 간판기업들이 외국인의 적대적 M&A(기업인수ㆍ합병) 위협에 노출되고,이에 따른 국가경제적 손실이 불보듯 뻔하다는 점에서 한마디로 전형적인 반(反)시장 법안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번 법안이 금융계열사 초과지분의 처분을 유예하는 등 당초의 여당 입장보다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삼성만 하더라도 이미 외국인 지분율이 60%선에 육박해 있는 반면 대주주 지분이 보잘 것 없는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지킬 마땅한 수단을 앞으로도 찾기 어렵게 돼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미국계 펀드 칼 아이칸이 지배구조가 불안한 KT&G에 대해 공공연히 적대적 M&A를 선언하고 나서는 등 외국자본의 경영권 위협이 엄연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재계가 '경영권 방어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도높게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경영권 위협이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 점에서 금산법 처리 재고(再考)와 함께 국내 기업의 확실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당장 시급하다. 아무리 지배구조개선이라는 명분이 좋더라도 우량기업 경영권이 위협받으면서 투자ㆍ기술개발ㆍ고용 등에 쏟아부어야 할 막대한 자원의 낭비만 초래하고 국부를 유출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면,그것이 무엇을 위한 제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금융과 산업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추구하는 국제적 추세에 맞지 않는 금산분리 규제의 폐지도 서둘러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