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문화가 바뀌고 있다.


'가진 사람이 베풀면 좋은 것' 정도로 간주되던 자선 활동에 최근 기업 경영적인 요소가 대거 접목되는 등 기부 문화가 급속히 변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3월3일자)에서 '기부 비즈니스'(The business of giving)라는 기사를 통해 부자들의 면면이 신흥 갑부들로 바뀌면서 과거 비효율적인 기부 문화에도 벤처식 경영마인드가 급속히 파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자선사업도 기업 경영처럼


요즘 부자들의 기부 방식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좀 더 비즈니스적'(business-like)이다.


우선 기부한 돈을 그저 막연히 '좋은데' 쓰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기부자가 정하는 곳에 특정한 용도로 쓰이게 지정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유명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자신이 기부한 돈이 자신의 평소 지론인 난민보호에 쓰도록 하는 것이다.


기부자가 원하는 용도에 쓰일 경우 지역이나 국경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빌게이츠 재단의 돈이 전 세계 어디든 가난과 질병 구호에 쓰이는 것이 좋은 예이다.


이렇게 지정한 돈도 마구잡이 식으로 뿌리는 게 아니라 일종의 사회 투자(social investing)의 개념으로 파악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투자와 마찬가지로 최소 투자로 최대 효과를 가져오기 위해 사전에 철저한 조사와 연구가 이뤄진다.


다시 말해 자선 사업에서도 레버리지 효과(지렛대 효과)가 중요하다.


한정된 자금으로 효율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전략적'(strategic) '시장지향적'(market-conscious) '지식기반'(knowledge-based) 등 기업경영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가 이제는 자선 사업에서도 일상 용어처럼 쓰이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자선자본주의'(philanthrocapitalism)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기부문화 변하는 이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과거 부자들의 기부 행위는 '철강왕' 카네기를 모델로 이뤄졌다.


그의 자선 기금은 주로 도서관 대학 병원 복지서비스 등에 쓰여왔다.


문제는 이런 기부금 중 상당수가 명문 학교나 화려한 콘서트홀의 시설 확충에 쓰이는 등 정작 사회에서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별로 쓰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게다가 9·11테러 지원금의 경우 처럼 기부금이 엉뚱한 데로 유용된 사례도 많았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수십년 동안 부자들은 비효율적인 기부에 돈을 낭비해 왔다"고 주장했다.


세금 감면을 받기 위해 거액의 기부금이나 헌금을 내는 기업이 많다는 비난 역시 새로운 기부 문화 탄생에 일조했다.


IT산업 및 기업 인수합병 붐에 따라 비교적 단기간 내에 많은 수의 갑부가 탄생한 것 역시 기부문화 변화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