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보세요. 최근 10여년 사이 저런 게 일본에서만 20만개가량 설치됐습니다."


도쿄 시내 번화가인 야에스(八重洲)에 있는 세계 2위 태양전지 생산업체 교세라의 도쿄사업소 .태양전지 이야기를 꺼내자 이노우에 히토시 홍보과장이 손가락으로 창 밖을 가리켰다.


학교 옥상 위에 비스듬히 올라 앉은 커다란 태양전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최대출력이 3~4kW 정도인 주택용입니다. 공항이나 정수장,고층빌딩 같은 곳에는 이보다 큰 100~200kW급 중대형 태양전지가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생각도 못할 정도로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 하이테크 기업인 교세라가 태양전지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75년.70년대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대체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때다.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쓰오 명예회장(당시 사장)이 "장래에는 집집마다 태양전지를 달게 되는 시대가 온다"며 기술진을 불러모았다.


처음에는 막막하기만 했다.


당시 태양전지는 인공위성과 같은 '국책 사업'에만 쓰였다.


워낙 가격이 비싸 일반인은 꿈도 못 꿨다.


개발 과정에서도 가격을 낮추면 성능이 떨어지고 성능을 높이면 가격이 올라가는 딜레마가 반복됐다.


82년 가까스로 양산에 들어갔고 93년부터 비로소 대당 600만엔의 주택용 태양전지를 선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가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장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은 개선될 조짐이 없었다.


결국 30년 가까이 적자 행진을 감수해야 했다.


그래도 설비 투자와 기술 혁신은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200만엔대의 비교적 싼값에 고성능 제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


때마침 경기가 호전되고 전 세계적으로 태양전지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지금은 수요를 따라가기도 벅찬 형편이다.


미국 태양전지 조사기관인 PV에너지시스템에 따르면 전 세계 태양전지 생산량은 2004년 현재 1194MW로 수요량과 거의 일치한다.


하지만 태양전지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23%씩 성장,2010년에는 그 규모가 3200MW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전지 시장은 교세라를 비롯 샤프 미쓰비시 Q셀즈 등 일본 업체가 52%를 장악하고 있다.


시장이 확대되면 일본 업체들이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된다는 말이다.


후발주자들의 시장 잠식이 예상되지만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이노우에 과장은 "태양전지는 PC처럼 여기저기에서 부품을 사다 조립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만큼 기술 장벽이 높다는 것이다.


코트라 도쿄무역관의 홍석균 과장은 "어려울 때 길게 보고 투자한 일본 업체들이 지금 빛을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산업용 광원 전문회사 우시오전기도 마찬가지 사례다.


이 회사는 종업원이 1400여명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크세논램프(자연광에 가장 가까운 빛을 내는 램프) 시장의 45%를 장악한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그것도 마쓰시타나 도시바 같은 일본 대기업뿐 아니라 제너럴일렉트릭(GE) 필립스 오슬람 등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뚫고 이뤄낸 성과다.


이 회사 시로 스가타 사장은 "42년간 한 우물만 판 덕분"이라고 말했다.


우시오전기는 64년 설립됐다.


이후 70년대 오일 쇼크와 80년대 엔고 여파,90년대 장기불황을 거치면서 어려움이 적지 않았지만 투자만은 꾸준히 계속해왔다.


"빛을 조명기구로만 생각하던 시절에 산업용 광원의 가능성을 믿고 장기투자를 한게 지금의 우시오전기를 있게 한 비결"이라고 시로 사장은 자평했다.


일본능률협회의 스즈키 도루 기술개발혁신사업부장은 "빨리 뛰지는 않아도 쉽게 지치지 않는 지구력이 장기 불황을 견뎌낸 또 다른 비결"이라고 말했다.


도쿄=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