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8 16:17
수정2006.04.08 20:01
1906년 고종황제와 순헌황귀비가 세운 숙명여자대학교.이 학교의 이름은 '숙덕명지(淑德明知)'의 줄임말이다.
'맑은 덕과 밝은 지혜'를 가진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뜻이다.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는 이 학교의 최근 10여년은 그야말로 변화와 혁신의 연속이었다.
물론 그 중심에 이경숙 숙대 총장(63)이 있다.
숙대 수석 입학·졸업생이자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영원한 숙대인'이라는 애칭을 가진 이 총장은 13,14,15대에 이어 최근 16대 총장에 당선됐다.
재단이 임명하는 방식이 아닌 전체 교수 직선투표에 의해 4번째로 총장직을 맡은 것. 정년을 맞는 2008년 8월까지 '숙대의 르네상스'를 이끌어갈 이 총장을 24일 숙대 총장실에서 만났다.
▶국내 첫 직선제 4선(選) 연임 총장이다.
어떤 방식으로 선출됐고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숙대의 총장 선출 방식은 교황 선거와 비슷하다.
10년 이상 재직한 교수는 모두 자동으로 후보가 된다.
비밀투표를 통해 이 중 10명을 추리고 다시 5명,3명으로 압축한다.
3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투표수의 3분의 2 이상을 획득한 후보가 나올 때까지 두 번의 투표를 실시하고 안 나올 경우 결선투표로 득표 수에 따라 후보 2명을 뽑는다.
그리고 이들 2명 중 이사회가 최종 선임한다.
이번 총장 선거에서는 하루에 모두 6번의 투표를 실시했다.
이번에 다시 총장으로 뽑은 것은 지난 10여년간 총장직에 있으면서 일궈낸 학교발전을 높이 평가하면서 마무리 작업을 잘 하라고 기회를 준 것 같다.
4선 연임 총장보다 네 번이나 밀어준 교수들이 더 대단한 것 아닌가."
▶1994년 첫 취임 후 올해로 12년째다.
그동안 숙대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가장 먼저 재정 확충에 나섰다.
재정적 뒷받침이 없는 인재양성은 '허상'이다.
첫 취임 당시 2006년까지 1000억원의 기부금 모금을 약속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믿지 못했다.
그러나 동문들을 대상으로 한 '한 학기 등록금(150만원)더 내기'운동과 기업체 후원금 모금에 적극 나서 현재 927억원을 모금했다.
올 연말까지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본다."
▶교육 인프라 구축에도 힘쓴 것으로 안다.
"기존 캠퍼스 옆 공원용지로 묶여있던 1만2000여평을 '제2창학 캠퍼스'로 만들어 단과대 교사(校舍)와 박물관,연주홀 등 19개 동의 건물을 신축했다.
외적인 변화만이 아니다.
교육부가 선정하는 교육개혁추진 우수대학에 6년 연속(1996~2002년) 뽑혔고 국가고객만족도(NCSI) 평가에서도 3년 연속(1999~2001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실시한 2005년 대학 종합평가에서는 '최우수 대학'에 선정됐다.
특히 교육과 사회봉사 부문은 만점이었다."
▶숙대는 이화여대와 함께 국내 명문 여성사학의 양대 축으로 여성 지도자 양성에 애를 써왔다.
최근 사회 각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여성파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회적 인식 부족과 우수학생의 기피 등으로 여자대학이 1980~90년대 최대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여성에게 유리한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컴퓨터 활용능력이나 전문지식,문화와 감성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에서 여성은 두각을 나타낸다.
하버드와 같은 명문대학 대학원의 여성 석·박사 비율은 52% 수준이다.
웬만한 주립대는 이보다 더 높다.
우리도 사회 각 부문에서 여성 진출이 한층 늘어날 것이다."
▶숙대가 2004년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리더십 특성화대학'으로 선정된 것도 여성지도자 육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
10년 전부터 준비해 온 '리더십 교육'에 정부가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리더는 능력과 품성이 모두 중요하다.
숙대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1학년 신입생 전원을 '리더십 교양학부'에 편입시키고 읽기 쓰기 발표 토론 등 리더로서의 의사소통 능력과 다양한 봉사활동을 장려한다.
특히 의사소통능력개발센터가 2002년부터 개최한 '숙명토론대회'는 3명으로 구성된 100여개 팀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국어 또는 영어로 토론을 하는 대회다.
인기가 대단해 올해부터는 다른 대학 학생들도 참가시키는 등 전국대회로 격상시킬 계획이다."
▶졸업 요건도 까다로운 것으로 알고 있다.
"컴퓨터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최근 국가 공인을 받은 교내 영어테스트 MATE점수 획득,봉사활동 내역 등이 없으면 졸업할 수 없다.
지식과 지혜를 갖추는 동시에 남을 섬길 수 있는 리더를 육성하자는 것이다.
숙대 졸업생의 취업률이 80%에 육박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여성들은 남과 더불어 일하는 것,프로의식,자신감,네트워킹 능력이 부족하다.
이런 자질을 키우는데 교육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숙대가 의대를 만든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
"삼성의료원과 함께 만든 여성질환연구센터 때문에 생긴 오해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여성질환연구센터'는 암 등 여성질환의 발생 및 억제 유전자 기능과 면역계 등을 규명하기 위해 세워졌다.
숙대가 연구를,삼성의료원이 임상을 각각 맡는다.
지난해 과학기술부 SRC(Science Research Center) 우수연구센터로 선정돼 최장 9년간 매년 10억원 안팎을 지원받는다.
특히 생명과학과와 약대 식품영양학과 등이 참여하고 나노바이오센터,체육관,심리치료실 등을 보태 예방과 치료,관리가 모두 가능한 '여성 웰빙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미 학교 인근 1000여평의 부지를 매입해 뒀다.
여성 웰빙관은 내년에 착공해 2009년쯤 문을 열 예정이며 지역사회에도 개방할 것이다."
▶숙대는 여성의 장점을 잘 활용한 특수 대학원이 많다.
이 때문에 대학의 블루오션 개척 사례로 자주 일컬어지는데.
"프랑스의 유명 요리학교와 함께 설립한 '르 꼬르동 블루-숙명 아카데미'가 올해 요리 관련 첫 MBA과정을 개설한다.
영어교육 전문가 양성(TESOL)과정,음악치료대학원 등도 다른 대학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교육과정이다.
또 지난해 APEC정상회의 때 메뉴개발을 맡았던 한국음식연구원,문신미술관 등도 여성의 특성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최근 사법계에 부는 여풍(女風)을 반영,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도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전국구 의원으로 제11대 국회의원(1981~85년)을 지냈다.
정계에서 꾸준히 영입설이 흘러나왔는 데 정년퇴임 후 계획은.
"훗날을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나.
다만 향후 100년간 한국을 이끌어갈 여성 지도자의 10%는 숙대에서 길러내겠다고 한 만큼 현재는 후학양성에 몰두할 생각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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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1943년 3월 서울 출생
▷1961년 경기여고 졸업
▷1965년 숙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67년 숙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1971년 미국 캔사스대 대학원 석사
▷1975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대학원 박사학위(국제정치학 및 비교정치)
▷1976년 숙대 교수
▷1981~85년 제11대 국회의원(민정당)
▷1985~89년 숙대 정법대학 학장
▷1990~94년 숙대 기획처장
▷1994년 3월~ 현재 숙대 총장
▷기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부회장,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 전국경제인연합회 교육발전특별위원회 자문위원, 대한적십자사 남북적십자교류전문위원회 위원장 /국민훈장 모란장 수훈(1999·정보화 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