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재갈이라도 물렸었나,아니면 비싼 몸값이라도 하려는 걸까.'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이 자유자재다. FRB의장 재임시절 트레이드마크였던 어눌한 화법과 애매모호한 표현은 벗어던졌다. 그의 발언 내용도 경제에서부터 정치를 넘나들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 주말 뉴욕의 한 호텔에서 ABN 암로은행이 주최한 금융인 모임에 참석해 미국의 대통령 선거 문제에 대해 강도 높게 언급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참석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린스펀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양당제가 정치 양극화를 초래했다"면서 "이제는 제3당에서 대통령이 나올 만한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그린스펀은 이어 "유권자들이 훨씬 중도 성향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양대 정당은 지금 극단적인 인사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렇다면 추천할 만한 인물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현재로선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이 같은 정치 양극화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면서 갈수록 중도 성향의 투표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정치권이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스펀은 이날 월가가 가장 궁금해하는 FRB의 통화정책에 관해서는 "FRB 전임 의장이 이러쿵 저러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그린스펀은 FRB 의장에서 퇴임한 지 일주일 만인 지난 7일 한 사적 모임에서 "금리가 추가인상될 필요가 있을수도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져 금융시장을 출렁거리게 만들었다. 그린스펀의 1회 강연료는 15만달러를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