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국가 비상사태 선포‥아로요, 경제 추락에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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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세 번째 '피플파워'(민중혁명)의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피플파워는 1986년 독재자 페르디난도 마르코스를 대통령직에서 축출한 주역이다.
그후 15년 뒤엔 부패 스캔들을 일으킨 조셉 에스트라다를 권좌에서 밀어냈고,이번엔 아로요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아로요의 하야를 요구하는 군중들의 시위는 특히 25일로 예정된 '피플파워' 20주년 기념 행사를 맞아 정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이를 예견한 듯 아로요 대통령은 24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현 정부를 전복하려는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히 맞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아로요가 위협에 처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난이다.
한때 아시아권에서 가장 잘나가던 필리핀 경제는 눈덩이처럼 늘어난 부채와 실업난 등으로 인구의 40% 이상이 절대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군부 세력 내에서도 반(反)아로요 정서가 확대돼 왔다.
지난 22일 일부 군부 세력의 쿠데타 기도를 포함해 지금까지 아로요의 축출을 노린 공식적 쿠데타만 6차례나 된다.
야권의 반발도 큰 부담이다.
반대 세력들은 아로요가 지난해 5월 부정 선거를 통해 집권했기 때문에 이로 인한 국정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한 필리핀 정계 관계자는 "지난 두 차례에 걸친 '피플파워'는 아로요에게 도움이 됐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라며 "아로요가 정치·경제·사회 발전을 이룩했다기보단 오히려 발전을 저해하고 부정부패를 고착시켰다는 평가가 많다"고 지적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