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 올림픽] '변칙작전'의 승리 … 변천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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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칙작전과 환상적 호흡이 빚어낸 금자탑.'
한국이 23일(한국시간) 토리노 팔라벨라 빙상장에서 벌어진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계주에서 따낸 금메달은 상대의 허를 찌른 '변칙작전'과 선수의 특성을 정확히 계산해 배치한 레이스 순번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박세우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는 "보통 계주에서는 약한 선수가 4번 주자로 나서는데 우리는 컨디션이 가장 좋은 변천사를 4번으로 내세워 상대방의 허를 찔렀다"며 "레이스 순번도 선수들의 특성을 분석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쇼트트랙 계주의 경우 보통 1∼2번 주자를 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로 배치하는 게 정석이다.
스타트부터 심한 몸싸움과 함께 주력 경쟁이 벌어지는 만큼 빨리 선두로 치고 나서는 게 승부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대표팀의 에이스격인 진선유(광문고)와 최은경(한국체대)을 2∼3번 주자로 밀고 그동안 발목 부상으로 고전했던 전다혜(한국체대)를 1번 주자로,변천사(한국체대 입학 예정)를 4번 주자로 내세우는 '변칙작전'을 세웠다.
한국의 작전은 변천사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변천사가 라이벌인 중국과 캐나다의 4번 주자들을 두 차례나 추월하면서 1위로 올라섰고 레이스의 마지막을 맡은 '에이스' 진선유가 깔끔하게 마무리하면서 올림픽 4연패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박 코치는 "가장 신경썼던 게 최은경과 변천사의 순서를 결정하는 것이었다"면서 "최은경이나 변천사 모두 비슷한 기량을 가졌지만 밀어주기를 잘 하는 최은경을 3번 주자로 배치했다"고 밝혔다.
변천사가 최은경의 뛰어난 밀어주기 능력을 바탕으로 가속을 붙이면서 중국과 캐나다 선수를 제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박 코치는 "결승에 앞서 열렸던 B파이널 경기를 지켜보면서 얼음이 물러 속도가 제대로 안 나온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최은경에게 변천사를 강하게 밀어줘 가속도를 높여주라는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한국은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부터 1998년 나가노,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에 이어 토리노까지 여자 계주 4연패의 위업을 이룩했다.
쇼트트랙의 여자계주 4연패는 한국 올림픽 역사에서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2004년 아테네올림픽까지 5연패를 달성한 양궁 여자 단체전에 이어 두 번째 대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