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미술의 컨버전스'를 시도하는 당찬 아가씨가 있다.


서울 반포동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꼴라파스타'에서 운영하는 갤러리 담당자 최향경씨(23).


꼴라파스타에서 최씨는 두가지 일을 같이한다.


하나는 레스토랑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음식을 서빙하는 일이다.


또 다른 하나는 레스토랑 벽면 전체를 장식하고 있는 미술 작품들을 고르고 손님들께 안내하는 큐레이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서빙할 때 손님들께 작품에 대해 설명해 드리면 나이도 어린 웨이트리스가 미술에 대해 많이 안다고 놀라세요.


그래서 여기 갤러리 담당자라고 말씀드리면 신기해하면서 '한 수 배워서 고맙다'고들 하시죠."


최씨가 레스토랑 갤러리 담당이라는 독특한 직업에 발을 들인 것은 2년 전.


대학에서 귀금속을 전공했던 최씨는 졸업 후 교수 소개로 압구정동의 한 귀금속 전문 화랑에 취직했다.


그러다 주변 사람의 소개로 새로 오픈하는 꼴라파스타의 갤러리 담당자로 옮기게 됐다.


예전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향경씨로선 매번 새로운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던 것.


처음에는 갤러리 쪽만 담당하다가 서빙도 같이 하면서 미술작품 소개까지 했더니 손님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꼴라파스타에서 전시하는 작품들은 어떤 것들일까.


최씨에게 직접 안내를 부탁했다.


레스토랑 내에 들어서면 3,4층 식당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조각가 이진용 화백의 작품들이 우선 눈길을 끈다.


언뜻 보면 액자 같아 보이는 이 전시물들은 시계나 꽃,바이올린 등의 다채로운 오브제들로 꾸며져 아련한 추억을 느끼게끔 한다.


최씨는 이 작품들을 "작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순수한 마음의 오브제"라고 설명했다.


레스토랑 건물 4층 안쪽에 조그마한 갤러리가 있다.


매달 기획 전시회가 열리는 이 곳은 국내외의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걸린다.


현재는 '한국의 문화유산'이라 일컬어지는 박서보 화백의 '묘법'이 전시 중이다.


5500만원이나 하는 작품도 있다.


"보통 기획 전시회를 하면 10개 중 2개 정도 팔립니다.


손님들이 이런 곳에 박 선생님처럼 유명한 분의 작품을 대할 수 있다는 데 놀라세요."


최종현 지배인은 "레스토랑과 갤러리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창업 모토가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다"면서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창업 2년 만에 한달 매출액이 급속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최 지배인은 "이런 성장세에 최향경씨가 맡은 부분이 중요하다"며 "막내지만 항상 긍정적이고 배우려 하는 자세를 높이 평가 한다"고 말했다.


최씨가 한국경제신문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메뉴는 안심크림파스타에 주콜라 피자.


크림파스타의 담백한 맛과 함께 화덕에 구운 바삭바삭한 피자가 토마토 소스,모차렐라 치즈,야채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낸다는 것.


여기에 그림까지 감상하면 금상첨화다.


최씨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대학원에 진학해서 미술학 쪽으로 더 배우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예술가는 프랑스의 야수파 '마티스'라고.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사진=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