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서강대 울산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등이 지난해 12월 실시한 2006학년도 수시 2학기 논술고사를 본고사형으로 출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수시 2학기 대학별고사를 심의한 결과 논술고사를 실시한 24개 대학 중 6개대가 정부의 '논술 가이드라인'에서 이탈한 것으로 드러나 개선을 요구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논술고사의 개념을 '제시된 주제에 관하여 필자의 의견이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도록 하는 시험'으로 정의하고 있다.


논술고사에 해당하지 않는 문제는 △특정 교과의 암기된 지식을 묻는 문제 △수학 과학과 관련한 풀이의 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 △외국어로 된 제시문의 번역 또는 해석을 필요로 하는 문제 △단답형 혹은 선다형 문제 등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고려대 서강대 등은 자연계열 논술에서 수학과 관련해 풀이과정을 요구하는 문제를 출제했다.


고려대의 경우 풀이과정을 제시하고 풀이과정의 옳고 그름을 논하는 문제를 출제했지만 이 같은 문제는 풀이과정을 쓰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교육부가 내린 결론이다.


한국외대는 국어로 된 지문이나 질문을 주고 답안을 영어 등 지원학과 언어로 작성하게 해 개선 판정을 받았다.


교육부는 또 인성·적성 검사에서 영어,한문,맞춤법,사자성어 등을 묻는 '학력고사식' 문제를 낸 인하대 한성대 한양대 홍익대 등 4곳에도 시정을 지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논술고사 기준을 발표한 지난해 8월 상당수 대학이 논술 유형을 수험생에게 이미 공지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 2006학년도 수시와 정시에서 본고사형 문제를 낸 대학에는 경고와 시정 명령만 내릴 계획"이라며 "2007학년도 입시부터는 가이드라인을 어긴 대학에는 위반의 경중에 따라 행정·재정적 제재를 가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대학들은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인묵 고려대 입학처장은 "교육부 지적사항을 논술 출제위원회 위원들과 검토해 내년부터 정부 가이드라인에 최대한 맞출 생각"이라면서도 "사립대 입장에서 정부가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정부가 논술고사 심사를 강화한다고 해도 본고사에 가까운 대학별 시험를 실시하는 대학이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신은 학교별 실력 차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고 수능도 2008학년도 이후부터 등급화돼 학생들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대학별 시험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심사를 피할 수 있는 구술 면접 형태로 본고사에 가까운 문제를 출제하는 대학이 지금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형석·문혜정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