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응' 이라고 대답만해요. 돌아오면 푹 쉬게 해주고 맛있는 것도 실컷 해주고 싶습니다." 19일 오전 6시20분께 김포시 장기동 안현수(21.한국체대)의 집.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안현수가 금메달을 따낸 지 5분이 채 안돼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가족과 친척들은 으레 축하전화로 생각했는데 뜻밖에 안현수였다. 마음을 심하게 졸인 탓에 고개를 숙인 채 결승전을 지켜본 어머니 전미정(41)씨는 울먹이며 안현수와 2∼3분간 대화를 나눴다. "잘했어, 먹고싶은 것 없어?"라며 안현수와 통화하던 전씨는 목이 메인 탓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가족들의 표정에는 여유와 긴장감이 교차됐다. 금메달을 이미 거머쥔 뒤라 첫 결승전을 지켜볼 때보다는 한층 여유가 있었지만 2관왕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반칙왕'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와의 승부에 관심을 기울였다. 가족들은 안현수가 준결승에 오르자 대진을 인터넷으로 확인했다. 초점은 오노와 같은 조에서 승부를 펼치느냐는 것. 확인 결과 오노 뿐만 아니라 강적인 리자준(중국)마저도 같은 조에 편성되자 가족들은 "사실상 결승전이 아니냐"며 걱정스레 말하기도 했다. 오노의 경기 내용에 대해서는 "상대를 밀려한다"며 불쾌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가족들은 안현수 경기 외에도 한국 선수가 출전할 때마다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한국 낭자들이 쇼트트랙 1,500m에서 1,2,3위로 나란히 골인할 때는 벌떡 일어나며 환호성을 보냈다. 아버지 안기원(49)씨는 안현수가 첫 금메달을 따낸 뒤 '아름다운 양보'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세간의 인식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안씨는 경기전 안현수와 통화를 하면서 '양보할 이유가 없다. 무조건 앞에서 달려라'는 훈수를 두었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 안씨는 "현수가 혼자 외롭게 연습하기도 하는 등 준비 과정이 너무 힘들었으나 이렇게 금메달 행진을 벌이니 대견스럽다"고 소감을 말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쇼트트랙 대표 선수 이탈 파문 당시 안현수 홀로 대표팀에 남아 훈련하던 때의 마음고생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이날 가족과 친척들은 '금빛 질주'가 끝난 뒤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고 일제히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보였다. 2관왕에 오른 데 대한 표시였다. 가족들은 "앞으로 손가락 세 개와 네 개도 그릴 것"이라며 남은 500m경기와 5,000m 계주의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포=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