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에 있어 대개 빛은 조금,그림자는 많다. 영화판의 직업 여건을 보자. 주연 배우는 출연료로 5억원을 받는다. 여기에 영화의 흥행여부에 따라 러닝 개런티를 추가로 받는 경우도 있다. 유명한 감독의 수입도 주연 배우 못지 않게 많다. 하지만 영화제작에 필요한 50명의 스탭 직종은 월수입이 100만원도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리 주연 배우와 감독이 중요하다지만 수입의 차이가 비정상적이라 할만큼 큰 것은 사실이다. 글을 써서 돈을 버는 일도 비슷하다. 유명 소설가인 K씨는 소설 15만부를 팔아 인세로 1억4200만원을 벌었다. 하지만 K씨 같은 소설가는 아주 드물다. 대부분의 소설가들이 버는 돈은 생활비에도 못미치는 금액이다. 거의 모든 소설가들이 소설 집필 외에 별도의 직업이 있는 것도 소설 만으로는 밥벌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면 이 같은 수입 구조를 수용할 용의가 자기 마음에 존재하는가를 먼저 봐야 한다. 그림자가 많다고 얘기해봐야 바뀌는 것은 없다. 빛이 되고 싶으면 묵묵히 그림자의 시기를 버티는 수밖에 없다. 직업의 세계에 있어서 그림자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를 아는 일도 중요하다. 그림자에 대한 정보야 말로 값진 세상의 정보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세상의 정보를 모으는 일에도 힘을 써야 한다. 지치지 않고 꿈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의 어두운 면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자신이 얼마를 벌 수 있겠다는 계산도 필요하다. 돈이 모든 것은 아니지만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을 필요로 하는 곳이 너무 다양하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직업·진로 선택에 있어서 건전한 의미에서의 속물이 될 필요가 있다. 김준성 연세대취업정보부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