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재벌 '집안싸움'은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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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BS방송과 미디어회사 비아컴을 소유하고 있는 미디어 황제 섬너 레드스톤(82)이 경영권을 놓고 아들과 송사를 벌이게 됐다.
레드스톤 회장이 딸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려 하자 아들이 정면으로 반발,법정소송으로 번졌다. 소송은 아들이 냈다. 아들인 브렌트(55)는 이달 초 자신이 갖고 있는 내셔널 어뮤즈먼트의 주식 16.6%에 대한 매각 제한을 풀어달라는 소송을 메릴랜드주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내셔널 어뮤즈먼트는 CBS와 비아컴의 지주회사격이다. 레드스톤 회장은 아들 브렌트에게 내셔널 어뮤즈먼트 주식 16.6%를 넘겨주면서 주식 매각을 까다롭게 제한했다. 매각할 때는 반드시 가족에게 장부가격에만 팔도록 한 것이다. 보유 주식을 마음대로 활용치 못하도록 제한한 셈이다.
브렌트가 주식매각 제한 해제 소송을 낸 것은 아버지 레드스톤에게 받은 설움과 분노가 한계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레드스톤 회장이 브렌트의 어머니인 필리스와 이혼하면서 이들 부자의 갈등이 시작됐다.
당시 레드스톤 회장은 내셔널 어뮤즈먼트의 주식 16.6%씩을 가진 브렌트와 딸 샤리에게 의결권 행사 권리포기를 요구했다.
샤리는 아버지의 뜻에 따랐지만 브렌트는 거부했고 이로 인해 아버지의 미움을 샀다.
이후 레드스톤 회장은 샤리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해 브렌트를 경영에서 배제시켜왔다.
샤리는 비아컴 부회장이자 내셔널 어뮤즈먼트 사장으로 활동하면서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단계를 착실히 밟아가고 있다.
브렌트는 고작해야 내셔널 어뮤즈먼트 이사직만 맡고 있을 뿐이다. 브렌트는 비아컴과 CBS의 주식도 추가로 매입할 수 없도록 견제를 받아왔다.
브렌트는 얼마 전 레드스톤 회장이 비아컴과 CBS에서 일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진의를 믿을 수 없다며 거절하기도 했다.
내셔널 어뮤즈먼트측은 브렌트가 소송을 낸 데 대해 법적 분쟁으로 한몫 챙기려 한다고 비난하면서 브렌트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으며 부당한 소송으로부터 회사를 지키기 위해 적극 대처할 것이라는 싸늘한 반응을 나타냈다.
레드스톤 회장은 지난해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미국 100대 부자'순위에서 20위를 차지한 미디어 업계의 황제로 지주회사격인 내셔널 어뮤즈먼트를 통해 비아컴과 CBS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 재계에 몇 안되는 노익장으로 늘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다. 후계 구도를 확정해야 한다는 부담을 받아오던 터에 아들이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서 향후 경영권 향배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 주목된다.
이번 사건에 앞서 대표적인 가족기업인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프도 가족 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머독 회장의 둘째와 셋째 부인 간 경영권 다툼에 휩쓸려 장남인 라클란이 부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