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재매각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치권이 외환은행의 주인인 미국계 펀드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과정에 수많은 의혹이 있다며 재매각에 제동을 걸고 있어서다. 야당은 검찰 고발을 추진하면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 작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한목소리로 촉구하고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재매각 중단 요구에 신중한 입장이다. 과연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무슨 일이 있었을까.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문서검증반이 제기한 '7대 의혹'을 중심으로 외환은행을 둘러싼 논란을 살펴본다. ◆BIS비율 조작 의혹 "2003년 7월21일 오전 9시55분.금융감독원에 5페이지짜리 팩스가 날아들었다. '2003년 말엔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6.16%로 떨어질 것'이란 게 골자였다. BIS 비율이 8% 이하일 경우 잠재적 부실 금융회사가 돼 대주주 자격 요건이 완화된다. 금융감독원은 제목이나 작성자 결재자의 이름도 없는 이 정체불명의 팩스를 근거로 은행이 아닌 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 지난해 10월부터 금융감독위원회와 외환은행 등에 대한 문서 검증을 한 국회 재경위 문서검증반에 따르면 외환은행 매각 직전인 2003년 6월 당시 은행 내부에서 추정한 BIS 비율은 9.14%였으나 한 달 만에 갑자기 6.16%로 떨어졌다. 금감원은 당시 외환은행 재무팀의 허모 차장으로부터 팩스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허 차장은 지난해 8월 간질환으로 사망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에 진위를 확인할 길은 없다. 문서검증반 관계자는 "일개 차장이 상급자의 지휘도 받지 않은 채 표지도 없이 보낸 허술한 팩스가 외환은행의 미래를 갈랐다"며 "당시 외환은행의 손실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BIS 비율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경영진 배임은 없었는가 외환은행 매각 당시 최고 경영진의 배임 여부도 논란 거리다.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은 매각을 성사시키고 퇴사한 며칠 뒤인 2003년 11월4일 외환은행측과 경영고문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3년간 월급여 2450만원과 지출 경비 550만원 등 매달 3000만원을 받기로 했다. 이어 6개월 뒤인 2004년 5월 다른 회사로 옮기면서 서비스 계약을 해지하며 잔여 금액 7억여원을 받았다.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잔여기간 급여 전체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계약규정 때문이었다. 이달용 당시 부행장도 이 전 행장과 같은 날 3년간 고문 계약을 했으며 2004년 4월 말 퇴직하면서 나머지 기간에 대한 거액의 보수를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측은 "잔여 임기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준 것이며 외국에선 통상적인 일"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인수에 협조해 준 경영진에게 론스타가 은행을 통해 대가를 지불한 것이란 의혹을 받고 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의문 문서검증반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시킨 절차의 적합성과 외환은행 이사진 및 매각주간사가 인수가격 최대화 노력 등을 다했는지 여부 등도 도마 위에 올렸다.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관련,당시 승인심사 과정에서 2003년 일본 소재 론스타펀드의 탈세 의혹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해외에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경우 대주주 승인의 결격 사유가 된다. 매각주간사인 모건스탠리도 외환은행 매각을 위해 뱅크원 BNP파리바 씨티그룹 등을 접촉하기는 했지만 '이미 잠재적 투자자들을 접촉해 봤으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는 외환은행 경영진 의견만 믿고 다른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경쟁적 입찰 환경을 만드는 데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게 문서검증반 입장이다. 문서검증반은 △외환은행 주식을 론스타의 서류상 주인인 'LSF-KEB'에 양도한 절차의 합법성 △론스타 법률자문사의 이해상충 여부 등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 당시 론스타의 의무 및 권리를 넘겨받아 인수 주체가 된 LSF-KEB는 단순한 페이퍼 컴퍼니일 뿐 실제로 론스타의 자회사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LSF-KEB가 론스타의 자회사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 이 회사에 넘어간 론스타의 인수권도 무효라는 얘기다. 론스타의 법률 자문을 맡아 2003년 8월6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프로젝트 문건인 '프로젝트 나이트(Project Knight)'를 작성한 미국 스캐든알프스의 경우 협상 직전까지 외환은행의 해외 지사 및 미국 자회사에 대한 법률 자문을 맡은 것으로 검증반은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론스타를 대리하기 전에 외환은행에 이해 상충에 대한 권리포기 증서를 받아냈어야 하는데 그 여부가 불확실한 것으로 문서검증반은 설명했다. 외환은행은 계약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 국회 재경위가 제기한 7대 의혹 > 외환은행 BIS비율 조작 여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적합성 당시 최고경영진의 퇴직금 등 과다수령여부 및 배임성 기타 이사들이 수령한 추가 스톡옵션의 대가성 외환은행 이사진과 주간매각사의 신의성실 의무 수행 여부 은행주식을 사전 서면동의 없이 LSF-KEB에 양도가능한지 여부 외환은행 미주지사 법률자문사가 론스타의 자문을 맡은데 대한 이해상충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