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환경투자는 '짐' 아닌 신사업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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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 산업자원부장관 >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던 어린 시절.저녁 때면 풀섶에서 하늘로 피어오르던 반딧불이들은 동네 개구쟁이들의 놀잇거리였다.
푸른빛으로 하늘에 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발광체를 쫓아 들을 쏘다니고,몇 번의 헛손질을 거쳐 마침내 작은 손안에 들어오면 이것들은 밤새 동네 꼬마들의 놀잇감이 됐다.
지금도 반딧불이를 생각하면 산골의 내 고향이 떠오르고,무수하게 많은 별들이 박혀있던 맑은 밤하늘이 생각난다.
하지만 지금 반딧불이는 일부러 맑고 깨끗하다는 곳을 수소문해 찾아가야 겨우 볼 수 있을 정도로 수가 줄었고,전북 무주에서는 이를 내세운 축제도 열리고 있으며,덩달아 '천연기념물'이란 귀한 몸까지 되고 말았다.
어디 사라진 것이 반딧불이뿐이겠는가.
급격한 산업화는 극심한 환경변화를 초래했고,또 이 같은 변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처럼 대재앙을 불러오는 기상이변 현상의 주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는 1980년대부터 이미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1992년 리우환경회의에서는 지구온난화 방지 및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대해 선진국과 개도국의 '공통의 차별화된 책임'을 내용으로 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됐다.
1997년에는 선진국들로 하여금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평균 5% 감축하도록 한 교토의정서가 채택됐고 이 협약은 지난해 2월16일에 발효됐다.
우리 정부는 기후변화협약을 둘러싼 국제적인 조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온실가스 감축의무 부담국은 아니지만,OECD 회원국으로서 감축의무 부담국 수준의 국가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또한 기술개발 및 산업계와의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아·태 6개국 기후변화 파트너십에도 가입해 신재생에너지,건물·가전기기 에너지 이용 효율 제고 부문의 활동을 주도할 예정이다.
또한 국내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신재생에너지 보급 및 기술 개발 예산을 크게 늘려 2011년까지 1차 에너지의 5%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에는 에너지 절약시설 설치,에너지절약 전문기업(ESCO) 투자사업 및 집단에너지 보급 확대사업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밖에 이산화탄소 감축실적을 선진국에 팔 수 있는 청정개발체제(CDM)를 활용해 2003년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1.9%에 달하는 1100만 이산화탄소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 발맞춰 산업계도 지난 1년간 교토의정서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오고 있다.
발전 정유 등 8개 에너지 다소비업종별 대책반을 구성,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지침 및 양식을 개발했고 2007년 말에는 자발적인 업종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수립할 예정이다.
한 세대 전,산업계는 환경과 관련한 투자를 '경영상의 위협',그리고 '회수 불가능한 투자'로 인식했다.
그러나 오존층 파괴,지구온난화 등과 관련한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부터 환경은 기업경영 전략 수립의 핵심변수가 됐다.
1995년에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는 "환경보호는 기업운영에 있어 위협이 아닌 기회이며,이를 통해 기업은 시장에서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를 확보할 수 있다"고 역설한 바 있다.
세계화,외환위기 등으로 초래된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에 우리 기업은 성공적으로 적응했고,한걸음 더 나아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바로 지금이 우리 산업계가 다시 한번 힘을 모아 환경분야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정부도 '공존'과 '조화'를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