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8 16:05
수정2006.04.08 19:55
'리니지 40구(區) 2000w 급구,연락 바람''ID 개설 지원''대리상에게 무한정 ID 발급''각지 지하조직 모집'….중국에서 한국 온라인게임 '리니지'(중국어 天堂) 아이템 중개업을 하는 H사 홈페이지에는 15일 이런 글이 올려져 있었다.
1구 128위안,5구 136위안,40구 183위안 등 아이템 거래가격도 제시돼 있었다.
H사에 전화를 걸었다.
조선족인 듯 한 담당자가 전화를 받았다.
"지금 아이템 거래 가능합니까?"
"가능합니다."
"상하이에도 분점이 있나요?"
"물론,전국 어디에나 있습니다."
이 회사 C사장이 이 일을 시작한 것은 2003년 초.그는 중국에서 리니지 아이템이 100w(1w=1만 아이템)당 130위안(1위안=약 125원)에 거래된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는 한국의 절반도 안 된다.
그는 다롄에 회사를 차렸고 대리상을 통해 아이템을 매입,한국측 파트너에 넘겼다.
130위안에 사 250~280위안에 팔았다.
H사는 중국 전역에 퍼진 리니지 아이템 중개상의 하나에 불과하다.
다롄 선양 지린 등 동북지역은 물론 톈진 상하이 광저우 후베이 심지어 서부 쓰촨에 이르기까지 중국 전역에 리니지 아이템 사업장이 퍼져 있다.
검찰은 이런 조직이 1000개라고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2000~3000개는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사업'이 큰 돈을 버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인들도 달려들고 있다.
쓰촨 네이장시의 왕강(王剛)씨는 그 중 한 명.그가 돈을 버는 구조는 이렇다.
왕씨는 작업장에 30여대의 컴퓨터를 설치해놓고 중국인 게이머 60여명을 하루 2교대로 돌리고 있다.
각 게이머에게 할당된 하루 목표 사냥액은 25w.결국 한 달에 4만5000w(25w×2×30×30)의 아이템을 확보하게 된다.
100w당 130위안에 판다면 한 달에 5만8500위안의 매출을 올리게 된다.
여기서 게이머 월급(1인당 400위안)과 관리비를 제하면 약 1만5000위안,한화 약 190만원이 손에 떨어진다.
고졸 23세인 그에겐 중국에선 큰 돈이다.
리니지 아이템 사업은 크게 '중국인 게이머→하부조직→중국 내 대리상→한국 대리상→한국인 게이머' 등 5단계로 구성된다.
이 중 중국 내 대리상은 대부분 한국측 대리상과 연계된 한국인이 차지하고 있다.
상하이의 박 선생,지린의 김 선생,항저우의 이 선생,충칭의 김 선생 등은 잘 알려진 한국인 중개상들이다.
충칭 K씨는 현지에서 '큰손'으로 통한다.
유학생 출신인 그는 2002년 이 일을 시작했고 현재 하부조직을 통해 한 달에 약 300만위안을 거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학생시절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던 그는 지금 쏘나타를 몰고 있다.
일부 하부조직은 한국 유학생들이 맡는 경우도 있으나 점차 중국인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 달에 400~800위안 정도의 월급으로 젊은 중국인 게이머들을 끌어들여 폭리를 취하고 있다.
내이장의 왕강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위안 충칭 란환펑(蘭環峰)씨의 경우 최근 PC방 사업을 그만두고 아예 이 분야로 뛰어들었다.
게임 작업장에 고용된 게이머들은 온종일 리니지 아이템의 능력치를 올리는 일만 한다.
능력치가 높아야 비싸게 팔 수 있다.
물론 남의 이름으로 만든 계정으로 접속한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바로 이런 계정을 만드는 데 도용한 명의가 사용된다.
H사 홈페이지에 올려진 'ID 개설 지원'이나 '무한정 ID 발급'이란 글은 이런 것을 의미한다.
한국 게임업체 중국 현지법인의 한 관계자는 "최근 리니지 게임에서 대량으로 발견된 명의도용 계정은 대부분 중국 작업장에서 만든 것이라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