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미국·호주 등 '신대륙' 와인과 샴페인의 약진.그동안 프랑스 와인,그 중에서도 레드 와인이 장악해 온 국내 포도주 시장에 판도 변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와인 전문 도매회사인 우리와인은 지난해 공급한 2500여종의 포도주를 대상으로 연간 판매액(소비자 권장가격×판매병수)을 집계한 결과 이탈리아산 화이트 와인 '빌라 M 모스카텔'과 미국산 레드 와인 '모건 데이비드 콩코드'가 각각 1,2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우리와인은 판매량 기준으로 국내 포도주 시장의 40%가량 공급하고 있는 업체다.


'인기 와인 톱20'은 수입 국적별로 칠레산 6개를 비롯 미국산 2개,호주산 2개 등 '신대륙 와인'이 절반을 차지해 프랑스 등 유럽산 와인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프랑스산은 '무통카데 레드'(6위) 등 5개에 머물렀고,이탈리아산과 독일산은 각각 4개와 1개가 2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달콤한 맛과 저렴한 가격(병당 2만5900원) 덕분에 '작업용 와인'이란 별칭을 갖고 있는 무(無)라벨 누드와인인'빌라 M 모스카텔'의 1위 등극.젊은층을 중심으로 와인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 밖에 샴페인이 인기 와인 상위 20위 안에 2개가 들어가는 등 레드 와인 위주로 구성된 시장에 변화가 예고됐다.


10만원 안팎의 '명품 와인'이 4개나 신규 진입한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탈리아산 '티냐넬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임원들에게 선물로 준 와인이란 유명세 덕분에 명품 와인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김혜주 더블U 대표는 "와인 유통업체들의 마케팅 대상이 과거 초보자 중심에서 중·상급자로 옮겨가고 있다"며 "그만큼 와인 애호가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돔 페리뇽 1996' 등 샴페인(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만 나오는 발포성 와인)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병당 17만원의 고가에도 불구하고 '돔 페리뇽 1996'이 7위에 오른 것.이미영 모엣 헤네시 돔 페리뇽 담당 과장은 "서울 청담동 일대를 중심으로 샴페인을 '잔술'로 마시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며 "돔 페리뇽은 영화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가 여성들을 유혹할 때 마시는 술로 유명하다"고 소개했다.


우리와인은 할인점 백화점 등 전국 대형 유통채널,350여개의 주류 전문점,400여개의 서울·수도권 레스토랑 및 바에서 지난해 판매된 와인을 집계해 이번 자료를 냈다고 밝혔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