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 제로, 컨디션 OK, 경쟁은 여전' 3기(期) 아드보카트호 태극전사들의 해외 전지훈련 대장정이 종착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영무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13일 "비교적 큰 부상에 시달리던 골키퍼 김영광이 회복해 부상자가 없는 게 다행스럽다"고 했다. 대표팀 관계자들은 김정우가 소속 팀 나고야(J리그)의 팀 훈련에 합류하느라 중간에 돌아갔지만 다른 선수들이 큰 탈 없이 여기까지 와준 데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정말 잘 해줬다"며 힘을 불어넣고 있다. 아드보카트호의 전훈 평가전 전적은 그리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4승1무3패(미국전 포함). 하지만 태극전사 23인의 기상도는 '대체로 맑음'이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치열한 내부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개개인에 대한 평가가 훨씬 더 중요하지만 태극호라는 배 자체는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 태극전사들의 활약상을 날씨에 빗대 되짚어본다. 물론 진정한 평가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몫이다. △GK 이운재(수원) = 미국과 비공개 평가전, 갤럭시전 후반을 제외하고는 내내 골문을 지켰다. '그라운드에 서는 순간 전쟁'이라는 각오도 남다르다. 7경기에서 585분을 소화하며 6골을 내줬다. 비교적 맑은 편이다. △GK 조준호(부천) = 미국전 풀타임과 갤럭시전 후반에 출전해 1실점.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큰 실책은 없었다. 훈련장에서는 미니 게임 때 늘 우렁찬 목소리로 파이팅을 북돋운다. 늦깎이로 태극마크를 달고 곧 맑은 하늘을 볼 듯. △GK 김영광(전남) = 오른 다리 측부 인대 부상으로 아직 흐림.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해 3주 간 말 못할 고생 속에 피나는 재활을 한 끝에 다시 볼을 잡고 있다. 먹구름이 조금씩 걷히는 날씨. △DF 최진철(전북) = 35세로 팀내 최고참. 훈련장에서는 힘들다고 솔직히 털어놓는 푸근한 맏형이다. 포백(4-back) 중앙수비 파트너로 김상식, 김진규, 유경렬과 골고루 호흡을 맞췄다. 다섯 경기 선발 출전으로 중앙 수비수 중에는 가장 많이 그라운드에 섰다. 자신의 하늘보다 포백 전체의 하늘이 맑게 개기를 기원하는 듯. △DF 유경렬(울산) = 수비 요원 중 출전 기회가 적은 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불안한 느낌도 든다"고 말할 만큼 맑은 편은 아니다. 본프레레호 중앙 수비수로 독일월드컵 예선 통과에 한몫 단단히 했지만 아드보카트호에서는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 △DF 김영철(성남) = 지난해 11월 스웨덴과 평가전에서 멋진 헤딩골로 산뜻하게 출발했지만 이번 전훈에서는 핀란드전에서만 선발로 부름을 받아 흐린 편이다. 동갑내기에다 같은 팀의 김상식과 '단짝 훈련'을 하며 활기는 살아있다. △DF 김진규(이와타) = 전훈 초반에는 그리스전 외에 이렇다할 기회를 잡지 못하다 미국과 비공개 평가전에서 프리킥 캐넌슛 한 방으로 점수를 땄다. 갤럭시전, 코스타리카전에 두 경기 연속 선발 출전해 맑은 하늘을 보고 있다. 아드보카트호에서는 벌써 두 골을 기록 중. △DF 김상식(성남) = 중앙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는 만능형으로 '식사마'로 불리는 재담꾼인데 요즘 통 말이 없는 편이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까 진지한 스타일로 바뀌었다는 전언이다. 크로아티아전에서 철벽 방어로 최진철과는 궁합이 잘 맞은 편. 코스타리카전에도 선발 출전했지만 페널티킥을 내준 수비는 옥에 티. △DF 장학영(성남) = 연습생 신화를 꿈꾸는 새내기. 왼쪽 윙백으로 UAE전과 미국전에 선발 출전했지만 전체적인 판도는 김동진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생애 첫 A매치를 뛰고 "볼이 오는 게 무서웠다"고 말할 만큼 경험 미숙을 드러냈지만 차츰 구름을 걷어내려 한다. △DF 조원희(수원) = 미국과 비공개 평가전을 제외하면 일곱 경기에 풀타임 출전해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팀 선배 송종국이 부상으로 승선하지 못해 경쟁이 약한 상황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점은 검증이 필요한 대목. 측면 침투, 크로스는 좋지만 지나치게 공격 지향적이라는 평도 있다. 외견상 햇살이 내리쬐는 날씨. △DF 김동진(FC서울) = 인터뷰를 자주 해 취재 대상자를 고르는 핌 베어벡 코치의 황태자로 불릴 정도. 왼쪽 측면 경쟁에서는 장학영보다 한 발 앞서 있다. 크로아티아전에서 부상 투혼을 보여주며 기습 캐넌 슈팅으로 네트도 갈랐다. 맑은 날씨. △DF 최태욱(시미즈) = 원래 윙 포워드 요원이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이 오른쪽 윙백으로 테스트를 하고 있다. 초반에는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해 비를 맞는 듯 했지만 미국전 풀타임 소화 이후 햇살이 조금씩 비추고 있다. △MF 이호(울산) = 지난해 아드보카트호의 데뷔전(이란전)부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아드보카트호의 황태자'로 불리기 시작했다. 버거운 상대 김남일과 경쟁을 펼치는 구도였지만 미국에 와서는 3경기 연속 동시 출전으로 짐을 덜었다. 미국전부터 연속 풀타임을 뛰며 능력을 검증받고 있다. 대체로 맑은 편. △MF 김남일(수원) = 초반에는 부상으로 '안나오는지, 못나오는지'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였지만 핀란드전 이후 완전히 회복된 모습을 보여줬다. 갤럭시전에서는 공수의 연결 고리로 발군의 활약을 펼쳤다. 이호를 '제대로 된 라이벌'로 평하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흐림에서 맑음으로 바뀌는 중. △MF 백지훈(FC서울) = 그리스전부터 덴마크전까지 4경기 연속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신임을 받았다. 코스타리카전에서는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지만 아직 공격 포인트가 없다는 게 흠이다. 맑은 하늘 아래 경쟁을 펼치고 있다. △MF 김두현(성남) = 김정우가 소속 팀에 복귀한 뒤 후배 백지훈과 경쟁하고 있다. 갤럭시전에서 골대 맞고 나온 볼을 놓치지 않고 추가골을 뽑아 한 방이 있음을 입증했다. 본프레레호에서 신뢰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맑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울하지도 않다. △MF 김정우(나고야) = 홍콩에서 미국으로 오지 못하고 소속 팀으로 복귀해 테스트가 중단된 아쉬움이 있다. 핀란드전과 크로아티아전에 선발로 나와 호리호리한 체격과는 달리 압박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줬다. △FW 박주영(FC서울) = 전훈 초반에는 햇볕이 쨍쨍 내려쬤지만 후반에는 잠시 구름이 낀 상황. 그리스전과 핀란드전 연속골로 혼자 공격을 책임졌지만 이후에는 침묵하고 있다. 코스타리카전에 골 포스트를 살짝 빗나간 슈팅은 탄성을 자아낸 장면. 5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가 없지만 꾸준히 출전하고 있다. △FW 이천수(울산) = 2골 2도움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리스전 컴퓨터 프리킥부터 크로아티아전 골, 갤럭시전에서 이동국에게 마수걸이 골을 선물한 힐 패스까지 감각이 절정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윙 포워드 자원이 넘쳐날 정도로 풍부해 방심은 금물. △FW 정경호(광주) = 네 경기에 선발 출전해 위력적인 스피드를 선보였지만 마무리가 아쉽다.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한 대목은 구름 낀 날씨에 비유할 수 있다. 왼쪽 윙 포워드로 주로 뛰었는데 교체 투입됐을 때에 비해 선발로 나오면 부담을 많이 가지는 듯. '불사조' 정신으로 한창 경쟁을 펼치고 있다. △FW 정조국(FC서울) = 중동과 홍콩에서는 교체 멤버로만 뛰다가 미국전에서 토킥으로 결승골을 뽑아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조커 카드로 아드보카트 감독이 염두에 두고 있어 마냥 흐린 날씨만은 아니다. 스스로 "뛰는 것 자체 만으로도 행복하다"며 각오를 다지기도. △FW 이동국(포항) = 전훈 초반 골이 터지지 않아 마음 고생을 하다 갤럭시전에서 미사일 슈팅으로 어렵사리 첫 골을 신고했다. 중앙 포워드 중에는 여덟 경기 중 다섯 차례 선발로 나와 경쟁에서 앞서 있다. 그러나 간간이 구름도 보이는 형국. △FW 조재진(시미즈) = 코스타리카전에서 골 포스트를 맞춘 헤딩슛이 계속 뇌리에 남아있을 듯 하다. 덴마크전에서는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선제 헤딩골로 결정력을 보여줬다. 이동국에 상대적으로 밀려 그늘이 있지만 반격할 기회는 충분하다. 헤딩 뿐 아니라 발로도 해결 능력을 보여줘야 할 듯.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